영화

영화 〈파벨만스〉(2022)와 스필버그 감독

Whitman Park 2023. 5. 22. 10:10

지난 4월 하순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The Fabelmans를 보았다. '파벨만 씨의 가족'[1]이라는 의미의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는 말을 들은 바 있기에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E.T., 〈쉰들러 리스트〉, 〈인디아나 존스〉와 〈쥬라기공원〉 시리즈 같이 셀 수 없이 많은 흥행 대작을 만든 그의 저력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본래 이 블로그는 "영화 속의 법률 이야기"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법적인 논점(legal issue)을 찾을 수 없기에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 영화는 지난 1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제80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개봉된지 얼마 안 되었으므로 영화의 줄거리나 감상의 포인트를 소개하는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GPT)에게 몇 가지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 영화가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영화와 실화(實話)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궁금했다. 

또한 스필버그 감독이 공식적으로 밝힌 영화 입문의 계기 내지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여성은 누구인지 우선 Google이 챗GPT에 대항하여 새로 내놓은 대화형 AI인 Bard에게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이었다. 점수를 매긴다면 C 아니면 D? 결정적인 오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Bard의 말로는 Wikipedia, 영화와 감독의 홈페이지까지 다 뒤져가며 학습했다고 하는데 이를 Fine tuning하는 사람이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탓이리라. 아래 질문지를 영문으로 그대로 둔 까닭은 종종 되물어보아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Questions

Recently I saw an inflight movie “The Fabelmans”, which is known as the film based on Spielberg’s autobiography.

Tell me its storyline in comparison with his real life story in 500 words.

And let me know from the movie as well as his real life:

1) three merits or strong points of cinemas as a whole which Spielberg regards as most important,

2) at least three motivations which have led him to a career of film-making, and

3) three women who have considerably affected his career.

 

* 6살 새미는 세실 드밀 감독의 <지상최대의 쇼>를 본 후 기차와 승용차의 충돌 장면을 다시 재연해보고 싶었다.

 

Bard's  Answer  (편의상 우리말로 간추려 번역하였음)

 

1. 개  요

 

미국 영화 The Fabelmans (2022)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스필버그는 토니 쿠쉬너와 대본을 같이 썼으며, 새미 파벨만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파벨만 가정은 동유럽에서 미국에 이민을 온 유태계 가정의 단란했던 모습과 전기ㆍ전자 엔지니어안 아빠가 직장을 옮겨다니며 뉴저지에서 아리조나로, 다시 北캘리포니아로 이사를 다녀야 했던 상황, 그러한 가운데 엄마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을 하고 식구들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새미가 영화의 재미에 눈을 뜨고 카메라를 선물 받아 직접 영화를 만들고 편집하는 것과 맞물려 실제의 모델이 된 스필버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장난감 기차가 충돌 사고로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하려면 충돌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반복해서 보면 된다는 것, 가족 영화 필름 편집을 하다가 엄마와 이웃집 아저씨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게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한 것, 보이 스카웃 친구들과 전쟁영화를 찍을 때 특수효과를 이용하면 훨씬 더 박진감 나는 영화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학교에서 자기를 괴롭히던 친구들도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영웅(hero)으로도, 악당(villain)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나씩 배워갔던 것이다. (이상 영화의 줄거리는 Bard의 원문에 오류가 있어서 필자가 새로 작성한 것임)

배역은 새미 역을 맡은 Gabriel LaBelle, 무뚝뚝한 아빠 역의 Paul Dano와 감성적인 엄마 역의 Michelle Williams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스필버그의 입장에서는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라서 캐스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갔다.

 

2. 영화의 줄거리와 스필버그 실제 삶의 비교

 

비슷한 점:

- 새미와 스필버그 모두 아리조나에서 자랐다.

- 두 사람 다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했다.[2]

- 두 사람의 어머니는 자녀 뒤를 밀어주고 애정이 넘쳤다.

- 두 사람 모두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는 재능있는 영화제작자가 되었다.

- 두 사람 다 젊어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3]

- 두 사람 모두 영화에서 위안을 찾고 영감을 얻었다.

 

차이점:

- 새미 아버지는 외도를 하였으나 스필버그의 부모는 결혼상태를 계속 유지했다.[2]

- 새미의 가정은 유태계였으나, 스필버그는 非유태계이다.[2]

- 영화 속 새미의 이야기는 1950년대인 반면 1946년생 스필버그는 196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3. 이 영화에서 조인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세 가지 영화의 강점

 

- 스토리텔링의 힘: 영화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지식을 넓혀주며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갖고 있다.

- 관객을 다른 세상으로 이동시키는 능력: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체험을 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4]

- 감흥과 감동을 일으키는 힘: 영화는 관객이 울고 웃고 폭넓은 감정에 빠져 들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4. 이 영화에서 영화제작자의 길을 택하게 만든 세 가지 동기

 

- 영화에 대한 사랑: 스필버그는 영화를 좋아하여 소년 시절부터 몇 시간이고 영화를 보았으며 그것을 모방해 친구들과 영화를 찍고 편집하는 것을 즐겼다.

- 스토리텔링의 욕구: 스필버그는 언제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에게 영화는 사람들과의 소통수단이 되고 세상을 보는 독특한 관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영화제작의 열정: 스필버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겼으며, 영화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늘 찾고 다녔다.

 

5. 스필버그의 영화 경력에 영향을 끼친 세 명의 여인

 

- 모친 Leah Spielberg: 언제나 영화를 만드는 아들을 지지하고 영화에의 꿈을 쫓아가도록 격려하였으며 예술가의 소질과 창의성을 물려주었다.

- 아내 Kate Capshaw: 스필버그의 영화에 다수 출연하였던 재능있는 배우였으며, 스필버그가 영화제작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도록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 딸 Sasha Spielberg:[5] 사샤 역시 부친의 영화제작에 여러 차례 참여한 재능있는 영화인이다. 사샤는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데 부친도 영화를 통해 정의가 불의를 이긴가는 것을 보여주도록 애쓰고 있다.

 

영화 파벨만스〉는 모든 연령대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가족과 사랑, 영화의 힘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개인적이고 친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The Fabelmans is a film that is sure to resonate with audiences of all ages. It is a personal and intimate film that tells a universal story about family, love, and the power of movies.)Source: Wikipedia; The FabelmansSteven Spielberg

 

 

* 출처: 영화 The Fabelmans의 포스터

Note

1] 스필버그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쿠쉬너는 독일식 성(姓)인 Spielberg가 영어로는 Play + Mountain이므로 '이야기'를 뜻하는 Fable과 Mount와 발음이 비슷한 man을 합쳐 Fabelman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아무리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영화는 다큐가 아니므로 스필버그를 연상케 하면서도 전혀 별개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스필버그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2] Bard의 명백한 오류로 보인다. 본래 스필버그는 Orthodox Jewish이며 그가 Schindler's List, Munich, Indiana Jones 같은 영화를 만들 때 유대인의 배경이 항상 거론되곤 했다. 스필버그의 조부모는 러시아계로 우크라이나 출신이며 할아버지가 러시아 군에 징집되자 약혼녀와 함께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필버그의 부친은 세탁소를 운영한 게 아니라 영화에서와 같이 컴퓨터 개발에 크게 기여한 전기ㆍ전자 엔지니어였으며, 부친이 RCA와 GE에서 직장을 옮길 때마다 그의 가족은 뉴저지, 아리조나, 北캘리포니아로 이사를 다녔다. 외도를 한 것도 고지식한 부친이 아니라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감수성 많은 모친이었다. 스필버그가 가족 영화를 찍다가 모친이 아버지의 친구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한 것, 그의 가족이 아리조나로 이사할 때 부친의 친구가 따라온 것 등 모두 사실과 부합한다. 그의 부모는 1965년에 이혼한 후 각자 재혼하여 새 가정을 이루었으며, 스필버그는 부친이 2020년 103세를 일기로 돌아가시자 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스필버그는 각본을 완성한 후 어렸을 적부터 그가 습작 영화를 만들 때마다 참여시켰던 누이동생들에게 사실 부합 여부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3] 영화는 주인공 새미가 20세에 TV 드라마 계약을 맺는 것으로 끝나며 결혼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의 첫사랑 고교동창인 '기도하는 여자'와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헤어졌다. 실제로 스필버그는 첫 부인과 1985년 38세의 나이로 결혼했고 4년 후에 파경을 맞았으므로 신혼 초이긴 했지만 Bard가 말한 것처럼 젊었을 때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1984)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케이트 캡쇼와 1991년 재혼하였다. 

 

4] Bard의 설명하고 비교하기 위해 챗GPT에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챗GPT 역시 어렸을 적 영화에 매료되었던 것,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함께 일하기를 좋아함(Childhood Fascination, Desire for Expression, Love for Collaboration)이라는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영화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 학교 축제행사를 촬영한 새미는 그를 학폭으로 괴롭혔던 고교 동창들에게 영상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였고 이를 본 그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챗GPT는 이 점을 잘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 Desire for Expression: Spielberg found filmmaking to be a medium through which he could express his ideas, emotions, and creativity. He saw it as a powerful tool for communication and a way to share his unique perspective with the world.

 

5] 스필버그에게 영향을 준 여인들로 Bard와 챗GPT 모두 그의 모친과 재혼한 부인을 적시했다. 그러나 또 한 사람으로 Bard가 그의 딸 샤샤를 들은 것과는 달리 챗GPT는 그와 오랜 기간 협업을 하였던 영화 제작자 카틀린 케네디를 지적했다. 

- Kathleen Kennedy: 아주 성공적인 영화 제작자로서 스필버그와는 수십년간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스필버그와 앰블린 엔터테인먼트를 공동으로 설립하였고 인디아나 존스 영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P. S.

1. 영화인으로서 스필버그에게 영향을 준 이는 어렸을 적에 그에게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는 예술에 대해 설파한 외할아버지(곡예단과 영화사에서 동물조련사 일을 했음)와 영화의 마지막에 조언을 들으러 찾아갔던, 서부활극의 거장(巨匠) 존 포드 감독(영화 감독 데이빗 린치가 카메오 출연)이라 할 수 있다.

거장의 한 마디: "대박난 저 영화들 포스터에서 지평선은 어디에 있지? 눈높이보다 낮거나 높게 있지? 가운데 있으면 망하는 거야. 이것 하나만 명심하라고."

Jaws 를 비롯하여 흥행에 성공한 그의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보면, 곧 영화 인생을 마감하게 될 스필버그는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단 영화에만 적용되는 말일까? 범위를 넓혀보면 유튜브나 사진 등 비주얼(視線)이 들어가는 모든 저작물에 통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된다.

 

2. 본업이 흉부외과 전문의인 유정우 박사는 클래식 음악평론가로 더 유명하다. 그가 추석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강조한 영화로 스필버그의 The Fabelmans (2022)를 꼽고 존 윌리엄스의 OST에 포함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했다. [출처: KBS 1FM 윤유선의 가정음악, 2023.9.22]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던 새미의 엄마가 집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연주하고, 성격이 정 반대임에도 외아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힘껏 후원해준 아빠와 엄마가 불화에 휩싸였을 때 흐르던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을 바흐가 건반악기로 편곡한 곡이 애조를 띠고 흘러나온다. 존 포드 감독을 면담하고 나오는 엔딩 신에서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48번이 들어간 존 윌리엄스의 "The Journey Begins"가 주인공의 약간 들뜬 기분 같은 영화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

물론 스필버그의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하였던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OST도 여러 편 등장한다. 예컨대, 새미가 부모를 따라가서 영화를 처음 보고 놀라는 장면의 "The First Time", 새미 가족이 아리조나 피닉스로 이사갔을 때 낯설고 설레는 느낌의 "Growing Up", 새미가 그의 첫 사랑 미셸을 만났을 때의 아련하고 흥분된 마음이 드러난 "Falling in Love", 새미가 세실 드 밀의 다큐영화를 보고 자기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하는 장면의 "The Discovery" 등 사운드트랙을 유심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처: Google B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