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2023)

Whitman Park 2023. 7. 9. 07:00

 

올여름 블락버스터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을 개봉하자마자 보았다. 정년퇴직한 지 5년이 된 입장에서 대학교수를 은퇴한 그가 무슨 모험(adventure)을 좇아 노년의 삶을 새로 개척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리 예고편을 보고 갔음에도 영화를 보고난 소감은 '허황됨(absurdity)' 그 자체였다. 시나 소설, 영화는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할지라도 예술적 라이선스(Artistic license)라 하여 스토리 전개를 흥미롭게 하는 픽션을 가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상상(fiction)과 사실(fact)의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1편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2편 (Temple of Doom, 1984), 3편 (Last Crusade, 1989), 4편 (Crystal Skull, 2008) 시리즈를 만든 루카스 필름을 사들인 월트디즈니가 제작을 맡고 파라마운트는 전세계 배급을 담당했다. 이 영화는 4편을 개봉한 다음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이디어를 내어 5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나리오의 거듭된 수정,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사정으로 미뤄지다가 2021년에야 촬영을 개시할 수 있었다. 영화음악은 첫 편부터 음악을 담당했던 존 윌리엄스가 그의 마지막 영화음악으로 참여했다.

 

1~4편을 모두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대신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고충이 많았다고 한다. 주연을 맡은 해리슨 포드가 여든 살이 넘은지라 젊었을 때의 연기, 도시 거리와 바닷속에서의 액션 신을 나이 많은 그가 어떻게 소화해 낼지 걱정이 많았던 탓이다. 

그는 오프닝 장면에서 4편 이후 15년이나 지났던 만큼 관객들이 젊은 시절의 인디아나 존스를 상기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리슨 포드가 직접 연기한 표정을 바탕으로 그의 미묘한 특징을 전부 활용하는 얼굴 교체 기술(ILM Face Swap)[1]을 적용하고 루카스 필름이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기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속 해리슨 포드의 영상을 최대한 활용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나이를 줄이는(de-aging)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 AI 디에이징 기법을 적용하여 노년의 해리슨 포드를 젊어 보이게 만든 오프닝 장면

 

헐리웃 대작 영화답게 글로벌하게 전개된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과 디테일한 세트,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독일이 2차 대전 중에 사용했던 군용 열차와 각종 무기를 고증을 통해 복원했다. 독일군이 약탈했던 예술품과 골동품 등 희귀한 물건도 복제본을 정성껏 제작하여 영화의 리얼리티를 최대한으로 살리고자 애썼다.

 

이 영화는 개봉 초기이므로 가급적 스포일러를 줄이면서 영화 속의 상상과 실제 사실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영화평을 작성하고자 한다. 일부 내용은 챗GTP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정리하였음을 밝혀둔다.

 

영화의 줄거리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모험을 좋아하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Harrison Ford 粉, 1942.7.13~ ) 박사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와 역사적 음모, 위험으로 가득 찬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당초 존스 박사는 전설의 롱기누스 창[2]을 나치 특수부대가 약탈해간다는 말을 듣고 이것을 회수할 작정으로 독일군 장교로 변장해 경계가 삼엄한 유물 보관소인 고성에 잠임한다. 그런데 그것은 모조품이었고 호송열차에 실려있는 진귀한 유물은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는 안티키테라(Antikythera)의 반쪽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유물은 두 쪽이 합쳐질 경우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강력한 파워가 있다고 여겨져 왔다.

 

존스 박사는 독일군에 체포된 그의 동료 옥스퍼드대 바질 쇼 교수를 구하고 유물을 되찾기 위해 독일군 호송열차에 올라탄다. 독일행 열차에는 마침 독일의 천체물리학자인 위르겐 폴러(Mads Mikkelsen 粉)도 타고 있었고 그 역시 롱기누스 창이 모조품임을 알고 아르키메데스의 안티키테라에 눈독을 들이던 참이었다. 인디아나 존스는 보물을 지키고 있는 독일군 장병들과 육탄전을 벌이면서 천신만고 끝에 이것을 손에 넣고 독일군 열차가 연합군의 공습을 받는 틈을 타 바질 교수와 함께 강물로 뛰어내린다.

 

시간이 흘러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했던 우주인들이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개선 퍼레이드를 벌인다. 그때 헌터 대학에서 정년을 맞은 존스 박사에게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한 사람은 바질 쇼 교수의 외동딸로 존스의 대녀(goddaughter)인 헬레나 쇼(Phoebe Waller-Bridge 粉)였고, 또 한무리의 불청객은 헬레나가 추적하는 안티키테라를 가로채려는 위르겐 폴러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그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CIA 요원들이었다. 왜냐하면 폴러는 NASA의 저명한 과학자 쉬미트 박사로 행세하면서 나치의 부활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헬레나는 존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가 그토록 집착했던 '운명의 다이얼'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의 티저에 나오는 존스가 말을 타고 지하철 선로를 달리는 장면이나 모로코 탕헤르에서 폴러 일당과 현지 조폭에 쫒겨 세발 자동차 툭툭이를 몰고 추격신을 벌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과연 젊어서 여러 차례 총을 맞고 독약 마시고 중상을 입었던 인디아나 존스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액션 신이다.

결국 존스와 헬레나는 그리스 앞 에게해 바닷속에서 고대 로마의 전함 잔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요행히 안티키테라 나머지 반쪽을 찾지만 폴러 일당에 빼앗기고, 폴러가 다이알을 돌리는 바람에 시간은 BC213년으로 되돌아간다. 로마군과 치열하게 공방전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극적으로 아르키메데스를 만난 인디아나 존스는 그곳에 머무르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헬레나의 주먹 한 방에 무사히 현재의 시점으로 복귀한다.

인디아나 존스는 아들이 베트남에서 전사한 뒤 이혼 위기에 처했던 부인 매리안(Karen Allen 粉)과도 화해를 하게 된다. 존스 박사야말로 안티키테라 덕분에 행복한 노후를 맞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Indiana Jones franchise)의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한 셈이다. 이 영화는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 非경쟁부문에 초청 받았는데 해리슨 포드가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감상의 포인트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과 전설적인 이야기를 결합하는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라이선스와 영화적 허구를 잘 활용했다. 아르키메데스의 안티키테라를 시간여행 기계로 설정하고, 지금까지도 종종 피어오르는 나치 부활운동 같은 뉴스를 가미하여 이야기에 흥미를 더했다.

영화적 허구(cinematic fiction)가 대부분이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모험과 미스터리,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대의 비밀을 밝히는 데 필요한 귀중한 유물이 악인(惡人)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존스 박사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3]

 

*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아폴로 우주인 개선 퍼레이드에서 악당에 쫒기는 존스 박사

 

약탈당한 유물과 문화재를 반환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 관련하여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유네스코, 인터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등 여러 국제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1970년 UNESCO 「문화재의 불법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Means of Prohibiting and Preventing the Illicit Import, Export and Transfer of Ownership of Cultural Property)과 Unidroit의 1995년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Stolen Illegally Exported Cultural Objects)은 도난당한 유물·문화재를 정당한 소유자에게 반환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각각 제정되었다.

그러나 환수 절차는 복잡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치 시대에 약탈당한 많은 문화재의 행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 정부 기관, 박물관, 전담 연구팀 등이 나치에 탈취 당한 보물의 소재를 파악하고 추적하고 있다.[4]

약탈당한 문화재의 정당한 소유권을 결정하는 것은 종종 법적 고려 사항과 역사적 연구가 수반되곤 한다. 국가와 기관마다 문화재 유물의 반환에 관한 입장과 정책, 관련법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약탈 문화재가 현재 보관되어 있는 국가와 해당 문화재의 원산지 국가 또는 정당한 소유자 간의 협조가 수반되어야 한다.

 

끝으로 위르겐 폴러와 같이 독일 과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을 통해 NASA와 같은 여려 기관에 영입한 것도 사실이다. 베르너 폰 브라운을 포함한 로켓 과학자들은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모로코의 어린 소년 테디가 툭툭이를 모는 것처럼 독일 전투기를 조종하였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찬기지로 이 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이나 기계장치를 실제의 것으로 믿을 사람도 거의 없다. 더 이상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은 루카스도 맨골드 감독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 1960-70년대만 해도 존스 박사가 고고학 강의 때 사용하던 오버헤드 프로젝터가 최첨단 강의용 설비였다.

Note

1] ILM은 1975년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영화를 만들면서 따로 설립한 시각효과 전문 스튜디오 Industrial Light & Magic을 뜻한다. 2012년 월트디즈니에서 루카스필름을 사들일 때 함께 인수되었다. 2023년까지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15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헐리웃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2023년에는 <아바타: 물의 길>이 수상). 이 영화에서도 Visual Effect 감독 앤드류 화이트허스트는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가히 비주얼 혁명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있다.

 

2] 롱기누스의 창 (Lance of Longinus)이란 골고다 연덕에서 로마 백부장 롱기누스가 십자가 상의 예수 옆구리를 찔렀던 창(Holy Lance, 요한복음 19:34)을 말한다. 롱기누스가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찌른 창촉이 예수의 심장에 닿았기에 이 창을 들고 있으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전설이 생겨났다. 롱기누스 창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소유물이 되었고, 예수의 십자가 전승이 더해지면서 통합과 승리의 상징물로서 대관식에도 등장하였다. 이 창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출신인 아돌프 히틀러도 이것을 잘 알고 "나의 투쟁"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히틀러가 집권한 후 오스트리아 합병을 서둘렀다는 설도 있었다. 그러나 비엔나의 창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빨라야 7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나 AD1세기에 사용되었을 '성경 속의 창'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진짜 롱기누스 창은 십자군 전쟁 당시 교황의 손에 들어가 바티칸 베드로 성당의 교황 무덤에 함께 묻혔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히틀러는 신비롭고 영험하기로 소문난 유물에 대한 집착이 심해 그의 친위대에 전담부대를 둘 정도였다.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유대 전승까지 가미된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를 소재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Ishtar Gate of Babylon, Pergamon Museum, Berlin

 

3] 고대 유물을 발굴된 현지에서 보관하 전시할 것이냐, 아니면 외국의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박물관에 보존・전시할 것이냐는 해묵은 논쟁거리이다. 이를테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Elgin Marbles)을 오스만 튀르크가 지배하고 있는 아테네에 그대로 두었다가 망실되게 하느니 차라리 대영박물관으로 옮겨 잘 보존하고 연구대상으로 삼는 게 좋다는 것이 영국 정부와 박물관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1986년 이래 줄기차게 영국 정부에 그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로마 시내 도처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들은 로마시대의 오래된 유적으로 보이지만 카이사르의 이집트 원정 전리품이었다. 파리의 콩코드 광장, 런던의 피카딜리 광장 한복판의 오벨리스크도 도시의 상징 명물이 된 지 오래이다. 베를린 박물관섬에 전시되어 있는 바벨론 이슈타르 성문(위의 사진)은 이라크의 땅속에 파묻혀 있던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았다.

 

4] 약탈 또는 도난 당한 문화재ㆍ미술품의 반환 노력을 다룬 영화로는 2차 대전 중 미군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조지 클루니 감독 주연의 <모뉴먼츠맨>(Monuments Men, 2014), 나치 정권의 유대인 미술품 약탈과 반환 과정을 그린 클림트 명화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 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