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Lucky One (2012)

Whitman Park 2022. 2. 21. 07:45

사람들은 하는 일이 잘 안풀릴 때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꾸곤 한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른바 로또 명당이라고 하는 판매소 앞의 줄이 길어진다고 하는 말도 있다.

코로나 집콕으로 답답증이 심해지면서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시네마 카타로그에서 2012년 영화 'The Lucky One'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얼굴을 맞댄 두 젊은 남녀의 로맨스 영화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원작자가 감동의 영화 'The Notebook'의 원작소설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Nicholas Sparks)라니 적어도 '꽝'은 아니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럭키하다는 걸까?

 

※ 아래의 해설에는 영화의 스포일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다른 소설/영화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보인다. 그러나 원작자의 다른 소설/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영화는 미군이 이라크 IS 은거지를 야간 수색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 해병 수색대에서도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위급했던 순간이 지나고 이튿날 아침 주인공은 건물 잔해더미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네모난 종이쪽을 발견한다. 몇 걸음 걸어가서 사진을 주워들고 먼지를 닦고 보니 등대를 배경으로 젊은 여성이 가족 또는 연인의 무사귀환 (Keep Safe +)을 기원하며 보낸 마스코트 사진이었다. 돌아서는 순간 박격포탄이 날아와 조금전 자기가 해병대원들과 함께 서 있던 자리에서 터진다. 만일 그가 먼지 덮힌 사진을 주우러 가지 않았더라면 즉사할 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 아래의 사진들은 영화 The Lucky One (Distributor Warner Brothers)을 비디오 캡쳐한 것임.

 

 

2000년대 초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속의 법률 이야기'를 즐겨 다루었던 터라 이 대목에서 무엇이 주인공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는지 탐색하는 모드로 바뀌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도 믿고 볼 만하기에 최대한 스포일러는 줄이도록 하고 무엇이 로또와 다른지 탐구했던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 로간 티보(뮤지컬 배우인 Zac Efron 분)이 'Lucky Guy'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① 세 번의 이라크 파병 참전을 마치고 전역한 로간은 자기의 목숨을 여러 차례 구해준 사진 속의 주인공을 찾아가보기로 마음먹는다. 전쟁터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복학하기도, 직장을 구하기도 아직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등대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강변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 후 그는 입대 전에 기르던 셰퍼드를 데리고 무작정 도보여행을 떠난다. 콜로라도에서 목적지까지는 스무 날도 넘게 걸리는 여정이었지만 그는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걸으며 마음을 추스린다. 혼자서 마음을 비우고 걷는 길이기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 따로 없는 것이다. 사진의 임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그 여성을 만나더라도 "당신 사진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외에는 딱히 할 말도 없다.

 

 

② 마침내 로간이 등대가 있는 마을에 도착하여 물어물어 그녀가 운영하는 애견호텔(Green Kennels)을 찾아간다. 사진 속의 여성을 실물로 보니 아주 매력적이어서 그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베스 그린(Taylor Schilling 분)은 그가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어디 사느냐고 묻는다. 로간이 셰퍼드를 끌고 콜로라도에서 햄든[1]까지 걸어왔다고 답하자 그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거나 정신이상자가 아닌가 의심을 한다. 베스는 그를 돌려보낼 생각이지만 사려 깊은 그녀의 할머니는 단박에 그의 인간성을 알아보고 개똥 치우고 개밥 주고 산책과 훈련시키는 일을 맡긴다.  만일 그 자리에 지혜로운 할머니가 안 계셨더라면 그는 변명의 여지없이 스토커가 되기 십상이었다.

 

 

③ 로간이 미시시피 강변 마을에 정착하자 그 마을 경찰관(베스의 전 남편인 케이쓰)이 그를 경계하고 노골적으로 질투심을 드러낸다. 베스는 그 마을 치안판사의 아들인 케이쓰와 사랑의 불장난으로 덜컥 임신을 하고 결혼까지 한 터였다. 케이쓰가 결혼 후에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자 베스는 이혼을 하고 수의사였던 아버지가 하던 애견 훈련소를 할머니와 함께 운영하면서 외아들 벤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베스와 로건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케이쓰는 베스를 찾아와서 로간이 이라크에서 우연찮게 베스 사진을 손에 쥔 다음 스토커가 되어 그 마을에 찾아온 것이라 말한다. 베스가 그의 말을 곧이듣지 않자 이런 집구석에 벤을 둘 수 없다며 아들을 데려가 키우겠다고 선언한다. 그 말을 엿들은 벤이 폭우로 변한 빗속에 집을 뛰쳐나가 개울 위의 줄다리를 서둘러 건너간다. 도중에 벤이 위험에 처하자 케이쓰와 로간이 급류로 변한 개울물에 뛰어들고 폭우로 기둥이 취약해진 나무집이 쓰러지면서 케이쓰가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베스와 벤을 놓고 로간과 케이쓰 둘 중 한 사람은 패자(loser)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치안판사의 뒷배가 있는 최강의 라이벌이 화를 자초하고 강퇴 당한 것이다. 

 

 

④ 시간이 지날수록 로간은 사진 한 장 들고 먼길을 찾아왔노라 말하기 어려워진다. 때마침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가 손을 다치게 되자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그가 자연스럽게 베스의 가족과 교회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만일 로간이 베스가 없는 빈집에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지 않았더라면, 또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음에도 수줍음 많은 벤과 피아노로 엮이지 않았더라면 베스의 눈에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연이 변하여 필연이 된 셈이다. 이 일 이후로 로간의 행동거지는 베스로서는 괄목상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⑤ 이 영화 아니 원작 소설에서 로간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성을 잃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린 결과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난공불락 같던 베스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2] 그의 난적이었던 케이쓰 또한 제풀에 쓰러지고 만다.

그가 특별히 애쓴 것도 없었음에도, 관객이나 독자들이 보건대, 로간이 한 달 가까이 걷고 또 걷고 노숙을 하면서 그렇게 수양을 쌓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진심어린 말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았다.

 

 

마찬가지로 여주인공 베스 역시 'Lucky Girl'인 이유가 충분하다.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기로 하자.

 

① 그녀가 하이틴 시절의 불장난으로 혼전임신을 하고 결국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렀으나, 우연찮게 전쟁터에 나간 동생에게 건넨 사진 한 장 덕분에 젊고 착실한 일꾼을 얻게 된다.

② 나아가 베스와 로간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젯거리가 된 돌싱녀가 연하의 남성과 결혼에 골인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서로 의지하며 살던 남매가 마스코트 사진 한 장을 통해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어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③ 베스는 전남편의 위협과 험담에 마음이 흔들리고 같은 사진을 지녔던 동생 드레이크가 죽은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때 할머니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 로간의 잘못은 아니라고 위로한다. 로간 역시 '에이씨스'라고 불렸던 동생이 이라크 작전현장에서 총상을 입은 전우에게 헌신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보다도 자기한테는 베스의 사진이 지옥에서 만난 천사(Angel in the hell) 같았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한다.

그러자 베스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자기는 불행한 여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행운을 안겨주었다는 것에 안도한다. 그리고 동생이 이역 땅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함으로써 로간이 그곳에 올 수 있었음을 차츰 깨닫게 된다.

 

 

④ 그 결과 베스는 고장난 트랙터고 엔진 망가진 보트고 손대는 것마다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일꾼(employee)인 데다 그녀를 천사처럼 떠받드는 반려자(companion)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⑤ 뿐만 아니라 감수성 많은 아들 벤에게도 좋은 아빠(father mentor)를 구해준 셈이 되었다. 베스로서는 아들을 욱박지르지 않고 시종 상냥하게 체스와 바이올린 교습, 춤을 출 때 좋은 상대가 되어준 로간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이를 예견이나 한 듯 벤이 마술을 할 때 로간이 고른 카드 패는 '퀸 하트'였다.

 

 

물론 이러한 플롯과 복선은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우리는 100여분 동안 실화(true story) 이상으로 가슴 졸이며 또 감동을 받으며 영화를 볼 수 있다. 그가 발표하는 소설마다 영화화[3]되고 있는 니콜라스 스팍스(1965~ )의 노련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거의 매회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이 나오지만 1등 당첨확률은 몇 백만분의 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100% 감동이 확실한 스팍스의 로맨스 소설/영화를 보는 것은 요즘 만연하는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는 데 최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다른 시각

영화의 제목 때문에 '로또 당첨'을 연상했던 것이지만 이 영화(원작 포함)은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첫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인정받게 만드는 주인공의 성실한 자세이다.

베스는 고민이 있을 때 홀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아버지가 남겨주신 배에 오른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 이 배를 관리했던 것은 군대 간 동생 드레이크였다. 안에 들어가보니 이 배를 수리하려고 늘어놓은 연장과 부품이 있고 시험 삼아 시동을 켜보니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지 않은가!

자기가 따로 수리를 부탁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와 동생이 이 보트를 좋아했다고 말만 했을 뿐인데…  "이 배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도 한가족처럼 사랑할 거야"는 자연스러운 결론이고 그 사람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결말은 누가 보든지 주인공(로간)이 사랑하는 여인(베스)과 그 아들(벤)을 태운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4]

 

둘째는 '무엇이 그를 그답게 만드는가' 다소 철학적인 논제이다.

로간과 베스가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그 단초를 제공한다.

베스가 "학창시절에 육상선수였고 루이지애냐주의 명문 사립대학에서 체육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그녀 아들(벤)이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자 로간이 베스를 보고 지금도 육상경기에 나가느냐고 묻는다. 베스가 머리를 비우기 위해 달리는 것이 치료비보다 돈이 적게 든다고 대답하자 로간도 "걷는 것도 그렇다"고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 콜로라도에서 미시시피강 하구까지 걸어온 사람을 미친놈 취급을 하고 오해를 받았던 두 사람 사이에 아마도 '정서적 교감의 스파크가 튀었을 것이다.

 

 

셋째는 독서와 사색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적인 감동과 울림(공명/共鳴 현상)이다.

로간이 대학교에서 철학을 1년 공부하고 군대 갔다고 하자 베스는 그가 날라리 학생이 아니었는지 유명 철학자의 명언이나 경구를 말해보라고 테스트를 한다. 그러자 로간이 "때로는 문제가 복잡해도 그 답은 간단할 수 있다" (Sometimes the questions are complicated and the answers are simple.)고 대답한다. 베스가 "볼테르가 한 말 맞지요?"하고 반문할 때 로간은 담담하게 "닥터 수스"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닥터 수스(Theodor Seuss, Ted Geisel 1904-1991)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60여권에 달하는 저서가 수억 부나 팔린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 시인, 만화가였다. 이점에서 로간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는 학교 공부보다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이것을 실생활에 적용해 왔고, 현실 속에서 당면한 복잡한 문제를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베스 역시 닥터 수스의 어록(Quotations)[5]을 잘 알기에 로간의 답은 묘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원작 포함)는 모든 인기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조합하여 인공지능(AI)이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랑의 로또에 100% 1등 당첨되고 싶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부수입처럼 생겼다.

 

 

Note

1] 햄든(Hamden, Louisiana)은 영화 속 가상의 지명이며, 실제 영화 촬영은 뉴올리안즈 부근의 매디슨빌과 미시시피 강변에서 이루어졌다. 출처: IMDb, Trivia of The Lucky One (2012).

 

2] 특별히 제한을 받지 않는 원작소설과는 달리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스콧 힉스 감독은 남녀 주인공의 베드신을 촬영할 때 PG-13의 영화등급을 받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3] 스무 편이 넘는 니콜라스 스팍스의 원작 가운데 영화화된 것은 'The Lucky One' (2012) 말고도 'Message in a Bottle' (1999), 'The Notebook' (2004), 'Dear John' (2010), 'The Best of Me' (2014), 'The Choice' (2016) 등 10편도 넘는다.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뻔한 스토리 전개 때문인지 평론가들의 평점은 아주 박하기 일쑤였다.

 

4] 이러한 맥락에서 남자 주인공은 트라우마를 가진 참전군인이지만 배와 기계장비도 다룰 줄 알고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해병대원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5] 닥터 수스의 제일 유명한 어록(51 Dr. Seuss Quotes)은 다음과 같다.

▷You know you’re in love when you can’t fall asleep because reality is finally better than your dreams.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여 쉽게 잠들 수 없다면 그건 현실이 꿈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The more that you read, the more things you will know. The more that you learn, the more places you’ll go. 책을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더 많이 배울 수록 가고 싶은 곳도 많아질 것이다.

▷Think and wonder, wonder and think. 생각하고 경탄하라. 놀람을 갖고서 생각해보라. ― 이 말이야말로 영화의 감상평을 한 마디로 간추린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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