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성경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

Whitman Park 2023. 10. 16. 09:30

성경에는 보물이 들어 있다고들 말한다.

대부분 성경 말씀에서 영적 양식을 구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구약성경의 지명을 나타내는 말이 기름이나 가스와 연결되어 있으면 탐사에 나선다고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해안에 가까운 지중해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발견한 사례가 많았다. 말 그대로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말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온누리교회에서는 지난 여름부터 성경 창세기 강해설교가 진행 중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구약의 천지창조와 대홍수, 그리고 아브라함-이삭-야곱으로 이어지는 믿음의 조상(혹은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또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깨우치게 되어 스스로 놀라곤 한다. 마치 '땅 속의 보물'(마태복음 13:44-46)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온누리교회에서는 추석 다음 주일이 추수감사주일이며, 강대상 앞에 쌀 포대와 과일들이 놓여 있다.

 

전에는 여행을 다니며 성경 속의 숨은 비화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테면 페르시아(현재의 이란) 여행 중 에스더 왕비의 묘소가 있는 하마단과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찾아갔을 때 비로소 다음의 의문이 풀렸던 것이다.

 

1) 에스더는 왜 왕을 만나러 갈 때 죽을 각오를 하였을까?

 

아하수에로(Xerxes I) 왕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대패한 후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그러나 재상 하만의 음모로 이스라엘 주민들이 학살 당할 위기에 처하자 에스더 왕비는 "죽으면 죽으리라" 작정하고 왕을 만나러 갔다. 다행히 왕은 에스더 왕비가 찾아온 것을 보고 규(珪, 왕홀)를 내밀어 에스더는 왕에게 위급한 사실을 고하고자 왕과 하만을 위한 만찬을 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페르세폴리스 왕궁 터에 가서 과거 웅장했던 역대 페르시아 왕의 궁전의 규모를 보니 스스로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는 여러 주변 국가를 정복 전쟁을 통해 복속시켰기에 왕에 대한 암살 기도를 차단할 목적으로 왕이 부르기 전에 찾아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던 것이다.

 

2) 아하수에로 왕은 어찌하여 모르드개의 공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까?

 

성문을 지키는 모르드개는 왕을 해치려는 반역 음모를 알렸으나 이에 대한 포상이 없었다. 나중에 아하수에로 왕이 불면증(insomnia)에 시달려 환관에게 궁중일기를 읽으라고 지시하였을 때 마침 이 대목을 듣고서 모르드개에 상을 주려고 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모르드개는 재상 하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스라엘 백성을 학살할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왕에게 고함으로써 돌연 하만과의 관계가 역전되었던 것이다.   

 

* 10월 8일은 온누리교회 창립기념일이자 추수감사주일이어서 일용할 양식인 떡을 선물로 받았다.

 

그럼 성경 창세기(Genesis)로 돌아가보자.

 

3) 노아의 대홍수 때 어떻게 온 땅이 뒤덮일 정도의 비가 내릴 수 있었을까? 과연 그 물은 어디로 빠진 것일까?

 

천지창조의 둘째 날 하나님은 궁창(穹蒼)을 만드시고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을 나누셨다. (God made the expanse and separated the water under the expanse from the water above it. Genesis 1:7) 노아의 시대에 하늘의 창문들(the floodgates of the heavens, Genesis 7:11)이 열리면서 40주야 비가 내려 대홍수가 일어났다고 했으니 바로 이 궁창 위의 물이 터졌던 것이리라.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비교해볼 때 지구 상에는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층이 있어 우주에서 지구는 푸른별로 보인다고 한다. 천지창조 당시에는 그 대기층이 궁창이라 불릴 정도로 두터웠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폭포수처럼 쏟아졌으리라고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의 무게로 인하여 지표면에는 대규모의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깊게 파인 지역으로 물이 모여 심해 바닷물이 조성되었다. 이것은 고산지대에서도 조개 화석이 발견되는 점에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 성경 속의 포도나무와 포도주는 세상에 어떤 경로로 전파되었을까?

 

대홍수 이후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세 아들로부터 세계 각지로 인류가 퍼져 나갔다. 창세기 9장에서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예언의 말씀이 세 번씩이나 나온다. 그리고 노아는 아라랏 산 부근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포도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포도주를 만들어 마셨다(Genesis 9:20). 사실 아라랏 산 동편의 조지아에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포도원과 와이너리가 있다. 조지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그곳에 들러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귀한 오리지널 포도주를 마셔볼 수 있다고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조지아 지방의 포도주는 BC4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전해졌으며 BC2000년 경에는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을 거쳐 그리스와 로마로 전파되었다.

카이사르의 로마 군대가 갈리아 정벌에 나섰을 때 석회성분이 많은 서유럽의 물 대신 포도주를 마실 수 있도록 포도 묘목을 갖고 다니면서 곳곳에 포도나무를 심은 것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사실이다. 로마 제국 시대(Pax Romana)에 로마의 지배자들이 주변국가를 장기간 복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로마 문자(alphabet)와 로마법 같은 선진 문물도 있었지만 로마인들이 즐기는 포도주와 온천욕(bath) 문화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애의 첫 기적을 행하면서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또한 예루살렘에서 고난을 당하기 직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도 포도주를 나눠마시면서 자신이 많은 사람의 죄를 사함 받기 위해 흘릴 언약의 피 라고 말씀하셨다 (This is my blood of the covenant, which is poured out for many for the forgiveness of sins. Matthew 26:28). 그러므로 기독교의 성찬식과 포도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으며,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에는 포도주도 함께 전해졌던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갖고 있던 프러시아의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2세는 상수시(Sans Souci) 궁전 정원을 조성할 때 꽃나무가 아닌 포도나무로만 테라스를 장식할 것을 명하였다.

 

* 출처: 박찬경 교수, Wine Master 2023.

 

5) 서로 다른 언어를 소통시키는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등장으로 인간은 새로운 바벨탑을 쌓고자 할 것인가?

 

대홍수 이후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면서 교만해진 인간들이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든 탑이 하늘에 닿을 듯이 치솟자 여호와는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다 (That is why it was called Babel -- because there the LORD confused the language of the whole world. From there the LORD scattered them over the face of the whole earth. Genesis 11:9).

 

인공지능(AI)의 놀라운 발전에 따라 AI 번역기 역시 성능이 눈부시게 향상되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은 새로운 바벨탑을 여러 분야에서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기독교인은 이러한 현상에 직면하여 세 가지 옵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새로운 바벨탑 쌓는 것을 경계하고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게끔 되도록 멀리하는 방안,

둘째는 바벨탑이 아닌 인류 문명의 질적 도약으로 보고서 AI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경찰(police) 역할을 다하는 방안,

셋째는  AI를 하나의 효과적인 선교수단으로 보아 이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선교적 사명을 가진 과학자와 엔지니어 그룹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 내년에 세계 복음화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제4차 로잔 대회가 인천 송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6)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로 번제를 바치러 갈 때 왜 사라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고 제단을 쌓은 뒤 이삭을 결박하여 나무 단위에 눕혀놓은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아브라함이 칼을 들자 하나님이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 옆의 덤불에 뿔이 걸려 있는 숫양을 잡아서 대신 번제로 바치도록 하신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준비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이레'를 찬양하곤 한다.

그런데 그 앞의 사건 경위를 보면 놀랍기조차 하다. 그것은 하나님이 아브라함더러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에 가서 번제를 드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그는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고 이튿날 아침 출발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삭과 종, 번제에 쓸 나무만 챙겨 나귀에 싣고 아침 일찍 떠났다고 했으니, 이삭의 친모 사라와는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틀림없이 사라는 여러 가지 따져 물으면서 이의를 했을 것이다. 아니 "하나님도 무심하시지"하고 그때까지 그들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에는 민주적인 해결방안보다 하나님 앞의 한 인간으로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시는 것 같다. 여기서 아브라함은 일견 잔인해 보이고 공포스러운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과 "너의 자손이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번창하리라"는 하나님의 언약을 굳게 믿었다.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과 언약이 하나가 되는 믿음을 가졌고 두 가지 어느것도 손상됨 없이 모두 다 이루어졌던 것이다("Do not lay a hand on the boy. Do not do anything to him. Now I know that you fear God, because you have not withheld from me your son, your only son." Genesis 22:12). 이것은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를 인간의 죄를 구속하기 위해 번제물로 삼아 결국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게 하신 것의 예표(豫表)로써 미리 보여주신 것임을 알 수 있다.

 

* 오른쪽이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설교하는 줄리어스 김 목사

 

7) 아브라함의 종은 이삭의 신부감을 구하러 갔을 때 왜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특별한 기도를 했을까?

 

바로 이 장면이다. 아브라함이 우상숭배가 만연한 가나안 땅에서는 며느리감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이 많은 그의 종을 고향 땅으로 보내 믿음 좋은 처녀를 데려오도록 낙타에 혼수용 물품을 바리바리 실어 보냈다. 

한 달 이상 걸려 아브라함의 고향 땅에 당도한 종과 그의 일행은 성 앞 우물가에서 물을 길러 나오는 마을 여자들을 기다렸다. 장소나 타이밍이 아주 좋았는데 아브라함의 나이 많은 종은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즉  열 마리 낙타에도 물을 주는 소녀를 찾았던 것이다(May it be that when I say to a girl, 'Please let down your jar that I may have a drink,' and she says, 'Drink, and I'll water your camels too' - let her be the one you have chosen for your servant Isaac. By this I will know that you have shown kindness to my master. Genesis 24:14).

 

아브라함의 종은 객관적으로 그의 재량의 범위를 넘는 기도제목을 덧붙여 왜 이삭의 신부감 구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을까?

10월 15일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설교학 교수를 역임한 줄리어스 김 한국계 미국 목사님은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행한 주일 설교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브라함의 종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먼 길을 걸어온 10마리의 낙타로 하여금 양껏 물을 마시게 하려면 80회 이상 물을 길어서 날라다 줘야 할 것이다. 나그네에게 한 바가지 물을 떠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고를 무릅쓰고 낙타들까지 배려해줄 수 있는 여자라야 아브라함의 며느리감으로서 적임이 아니겠는가?

그는 아브라함의 곁에서 하나님의 섭리(Providence)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아 왔기에 긴급히 구체적으로 인도하심을 간구하는 기도(prayor with urgency and specificity)를 올렸던 것이고, 하나님은 완벽하게 그의 믿음대로 이루어지게 하셨다. 믿음으로 순종(faithful obedience)하면서 구체적으로 끈질기게 기도(persevering prayor)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기도 응답을 받는 비결이다. 

 

* 유아세례 받은 어린이가 믿음이 장성하여 자기 의지로 입교식을 마쳤다. 2023.10.8 양재 온누리교회.

 

'Tal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가을날의 서정  (0) 2023.11.14
조간을 읽다가 龍湖를 떠올리다  (0) 2023.11.01
어김 없는 계절의 순행  (3) 2023.09.13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으면서 (送夏迎秋)  (0) 2023.08.31
배롱나무와 연꽃  (0)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