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0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1995)

에서 주연을 맡았던 팀 로빈스가 1995년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폴리그램 제작)이 미국 텍사스주의 사형수 칼라 페이 터커의 사형집행을 계기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성 사형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각계 각층의 구명 운동에도 불구하고 1998년 2월 3일 하오 6시 45분(현지시간)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에서 약물주사(lethal injection)를 맞고 38년의 생을 마감했다. 원래 "Dead Man Walking!(사형수 입장)"이란 미국에서 사형수를 형 집행장으로 호송할 때 간수장이 붙이는 구령이다. 동명의 영화가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죄수가 결국 사형 당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터커는 미국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란을..

영화 2022.02.15

의뢰인(The Client, 1994)

1994년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The Client; 워너 브라더스 제작)은 원작자인 존 그리샴의 다른 법정영화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 조직적인 범죄를 일삼는 악당(흔히 마피아)과 이들의 마수에 걸려든 주인공, 그를 보호하려는 정의(正義)의 사도, 제 아무리 폼을 잡아도 무능하기 짝이 없는 연방수사국(FBI)의 쫓고 쫓기는 게임 그리고 주인공이 지상낙원으로 떠나는 해피 엔딩에 있어서 본 란에서 일찍이 소개한 바 있는 , 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안겨준다. 변호사란 그냥 두자니 아프고 그렇다고 짜내자니 귀찮은 존재라는 점에서 '엉덩이의 종기'와 같다는 영화 속의 대사에 공감하면서도 꼬마 주인공처럼 법을 잘 몰라도 양심적인 변호사만 만..

영화 2022.02.15

함정(Just Cause, 1995)

최근 TV에서 워너 브라더스의 1995년작 이 방영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비디오 테이프가 출시된 만큼 영화 개봉후 비디오부터 나오고, 케이블에서 방영된 다음 공중파 방송을 타는 순서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숀 코네리, 에드 해리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극적인 반전과 액션 장면은 과 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종영된 TV 인기 드라마가 장르는 다르지만 일본의 만화를 표절한 것이라는 시비가 일었는데, 이 영화는 하도 여러 편의 영화 스토리를 차용하였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독창성마저도 느껴진다. 제작자와 감독(안 글림처 감독은 공동제작자 3인중의 한 사람이다), 시나리오 작가 등이 모여 마치 신상품을 개발하듯이 기존 영화..

영화 2022.02.15

브레이크다운(Breakdown, 1997)

1997년말 전남 함평에서 일어난 한 여고생의 보복임신 사건이 신문과 TV 방송에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피해자가 되레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마을 주민 4명이 여고생을 성폭행하였는데 동네 사람들은 딸 같은 소녀를 강간한 정 아무개(63), 박 아무개(48)씨를 나무라기보다 "얼마나 몸가짐이 헤펐길래 ·····" 하며 피해자를 비난했다. 오기가 발동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성폭행의 증거를 보존(?)해야 한다며 임신한 딸로 하여금 아기를 낳도록 했다. 결국 아기의 아버지로 밝혀진 정 아무개 노인과 피해자 소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마을 주민들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강간 및 감금죄로 구속되어 각각 징역 7년을 구형 받았다(중앙일보 1997.12.17자 22면). 영화 ..

영화 2022.02.15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

1997년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영화 는 북아프리카의 사막과 이태리의 전쟁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연극적인 세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스리랑카 출신의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고 연출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은 많은 사연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이 한적한 이태리 시골의 수도원에서 서로 애증(愛憎)의 갈등을 풀어내도록 한다. 전신화상을 입고 기억마저 상실한 '영국인 환자'(랄프 파인즈)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며 징크스에 우는 간호장교(줄리엣 비노쉬), 둘 사이에 끼어들어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사내(윌렘 데포)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이 영화는 영국인 환자가 문득문득 떠올리는 과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간호장교의 현재진행형 사랑과 겹치면서 ..

영화 2022.02.15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

1999년은 2000년의 전년도라는 것 말고도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신년 벽두에 언론들은 새로운 밀레니움에 대해 벅찬 희망과 기대를 피력하였지만 세기가 바뀌는 현 시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세계사적으로 세기말이면 유행처럼 번졌던 퇴폐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IMF 체제하에서 향락산업이 크게 위축되었으나, 세계적으로 성개방 풍조가 일반화되면서 매체와 표현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란퇴폐물이 판치고 있다. 법은 이러한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형법 조항을 무기로 공연음란물에 철퇴를 가해 왔으나, 지금은 음란성 자체가 시비 거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되어 중장년층 관객들을 놀라게 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 2022.02.14

롱풀리 어큐즈드(Wrongfully Accused, 1998)

어디서 본 듯, 들은 듯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광고와 음악, 소설, 영화가 넘쳐나고 있다. 대우자동차 마티스가 고질라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 허리케인 블루의 모창, 디지틀 조선일보를 패러디한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등등. 이를 일컬어 "패러디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영화와 음악, 광고, 코미디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본래 'Parody'란 그리스語 'parodeia'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 "다른 사람의 곡조에 따라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풍자(諷刺) 효과를 내기 위하여 원작품의 특징적 스타일을 모방하는 문학적·예술적 작품'을 말한다. 최근 개봉된 헐리웃 영화 는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IMF 구조조정 ..

영화 2022.02.14

우나기(うなぎ, 1997)

1998년 10월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이 허용된 이래 세 번째로 개봉된 일본 영화 '우나기'(うなぎ; 뱀장어)는 1997년 제50회 칸느 영화제의 황금종려상(Palmes D'Or)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외영화제 수상작에 한하여 일본 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우나기는 어떠한 점에서 프랑스의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노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83년에도 로 칸느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밖의 해외영화제 수상작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1951 베니스),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1954 칸느), (아마이 타다시, 1963 베를린), (기타노 다케시, 1997 베니스) 등이 있다. 영화의 줄거리 야마시타 타쿠로(야쿠쇼 코우..

영화 2022.02.14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1997)

헐리웃 영화가 즐겨 다뤄온 변호사 주인공은 항상 정의(正義)의 사도인가. 그가 하는 일은 무고한 사람을 도와 억울한 누명을 벗고 권익을 되찾게 해주는 일인가. 만일 그들이 돈만 밝히면서 분명히 죄지은 사람도 처벌을 면케 하고 백주에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얼마 전 미국의 축구스타 O.J. 심슨이 전처를 살해한 것이 거의 명백함에도 최고의 변호인단에 사건을 맡겨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자 사람들은 모두 "유전무죄(有錢無罪)"라고 수군거렸다. 이 경우 변호사에게 죄책은 없는가. 1997년 워너브라더스사에서 만든 영화

영화 2022.02.14

비상계엄(The Siege, 1998)

건국 이래 수 차례의 계엄령과 군사 쿠데타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0여년의 역사 속에 남북전쟁과 1,2차 세계대전 정도의 비상사태를 겪었을 뿐인 미국인들로서는 계엄령(martial law, martial rule 또는 etat de siege; 이 영화의 원제인 'The Siege'는 적의 포위공격 상태를 가리킨다)이 선포된 상황을 가상해보는 것도 훌륭한 영화의 소재가 됨직 하다. 영화의 줄거리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있는 미군 병영에 폭탄 차량이 돌진하여 건물이 대파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테러 단체에 대한 응징을 천명하는 동안 미군 특수부대는 레바논 남부의 사막지대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던 이라크 출신 회교지도자 암드빈 탈랄을 납치한다. 미..

영화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