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0

더 디그 (The Dig, 2021)

G: 코로나 거리두기로 영화관에 가긴 어렵지만 그래도 볼만한 화제작을 한두 편 추천해주세요.P: 요즘 열성 게이머들은 대형화면과 음향효과를 즐기러 영화관에 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있잖습니까? 동반자와 상의하여 예매를 하고 시간에 맞춰 먹고 마실 것을 챙겨 입장할 때의 짜릿함과 설레임. 그리고 화면 가득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그에 몰입하게 만드는 음향효과 -- 이런 것들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지요. 코로나 때문에 이걸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미와 감동적인 스토리가 큰 여운을 남기는 최신작 몇 편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별도 표시가 없는 사진의 출처는 Netflix임  G: 네, 저도 영화관에 가서 디즈니와 픽사가..

영화 2022.02.28

힐빌리 엘레지(Hillbilly Elegy, 2021)

G: 오늘은 영화 이야기부터 하자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그 사이 무슨 특별한 영화를 보셨나요?P: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에 관한 정보를 찾는 분이 의외로 많은 것을 알고[1] 저도 놀랐습니다. 제가 전공했던 법(法)과 관련이 있는 영화가 11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기에 미리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사항을 귀띔해드리려고 합니다.  G: 무슨 영화인데요?P: 아직 국내에 영화평도 별로 나오지 않은 〈힐빌리 엘레지(Hillbilly Elegy)〉라고. 번역하자면 '산골 촌놈의 슬픈 노래'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엊그제 2시간짜리 영화를 이틀에 나누어 보았는데요, 집콕하면서 영화에 빠지지 않도록 시청 시간을 스스로 제한한 면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이 너무 암울하여 "세상에 어찌 이런 엄마가..

영화 2022.02.28

미나리(Minari, 2020)

G: 오늘 그래미/아카데미상 소식과 함께 '할머니' 이야기 들으셨나요? 작년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을 석권하면서 금년에도 국민들의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어요. 우리보다 인구나 국력이 큰 일본에서는 "어쩌다 한 번"인데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인 셈이예요. 금년에는 영화 "미나리"[1]와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등이 그래미상, 아카데미상을 수상할지 여부가 우리의 관심을 모았지요? P: 그래미상의 경우 아쉽게도 한국 아니 아시아 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그룹/듀오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BTS의 수상은 불발로 그쳤어요. 하지만 유독 저의 관심을 끈 기사는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 부문에서 한국계 미국 비올..

영화 2022.02.21

줄리와 줄리아(Julie & Julia, 2009)

살아가는 동안 성공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직장내 승진이든, 썸타는 사이의 사랑고백이든, 주식투자든 아니 로또 당첨이든 자기가 바라는 결과를 상상하면서 흐뭇해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에 본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영화는 여러 모로 시사적이었다. LIFE 잡지의 사진자료실에서 일하던 소심한 주인공 월터 미티가 돌연 모험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경희대 경영대 회사법 시간에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주인공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몇 장면을 보여준 적도 있다. 월터 미티(Ben Stiller 분)가 LIFE 종간호 표지사진 필름을 잃어버린 까닭에 그 사진작가(Sean Penn 분)를 세계 곳곳으로 찾아 다닌다는 스토리였다..

영화 2022.02.21

유스 (Youth, 2015)

삶의 위기에 처한 노인들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가 우리나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적잖이 화제를 모았다. 우선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다보스에 가까운 알프스 산록의 비젠(Wiesen) 소재 스위스 5성급 호텔이 무대이다. 게다가 마라도나 같은 여러 유명 인사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심플 송”을 불러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호텔 투숙객만큼 다채로운 사람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 같다.산소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배불뚝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테니스) 공차기 실력을 보여주는 왕년의 축구스타 마라도나 (호텔 담 밖에는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와 ..

영화 2022.02.21

인페르노 (Inferno, 2016)

G: 안녕하세요. 얼마전 우리가 감상평을 나누었던 '퀸스 갬빗' 드라마가 여전히 화제만발이라면서요? P: 네, 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하니 누구나 거리감을 느낄 법한데 어느 불우한 고아 소녀의 재능 개발과 가족만들기, 세계챔피언이 되는 성공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후로 매우 감동적인 몰입도 높은 드라마/장편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1] G: 그럼 원작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화 중에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P: 네, 마침 코로나 판데믹 시대에 생각 나서 다시 본 영화 'Inferno'(2016)가 그러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댄 브라운의 'Da Vinci Code'를 원작과 영화 모두 보았기에 'Inferno' 역시 기대가 컸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본 적이 없는 그림, 안가본 곳이 많아서 그랬..

영화 2022.02.21

The Lucky One (2012)

사람들은 하는 일이 잘 안풀릴 때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꾸곤 한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른바 로또 명당이라고 하는 판매소 앞의 줄이 길어진다고 하는 말도 있다. 코로나 집콕으로 답답증이 심해지면서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시네마 카타로그에서 2012년 영화 'The Lucky One'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얼굴을 맞댄 두 젊은 남녀의 로맨스 영화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원작자가 감동의 영화 'The Notebook'의 원작소설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Nicholas Sparks)라니 적어도 '꽝'은 아니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럭키하다는 걸까? ※ 아래의 해설에는 영화의 스포일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다른 소설/영화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기승전결..

영화 2022.02.21

기적(Miracles from Heaven, 2015)

오늘날에도 과연 기적은 있는가? 우리도 기적을 체험할 수는 없는가?오래 된 신문을 뒤적이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사와 사진에 눈길이 갔다.방 한쪽에 쳐박혀 있던 신문더미 속에 들어있었는데 마치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곱 개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 받은 일곱 살 은서가 엄마 품에 안겨 미소 짓는 모습이었다.[1] 일곱 살 은서는 날 때부터 모유조차 소화시키지를 못했다. 위장·소장·대장 등 소화기가 정상적으로 붙어는 있지만 연동 운동[2]을 하지 않는 '만성 가성 장폐색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았기 때문이다. 밥을 조금만 먹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다 토해내는 바람에 입으로는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할 수 있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은 80% 이상을 영양제와 수액 주사를 맞으며 근근이..

영화 2022.02.20

기생충(Parasite, 2019)

2020년 2월 10일 우리나라 영화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에겐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무려 4개 -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 나 받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나라가 온통 사회적ㆍ경제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전해진 이 소식은 온 국민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TV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이 소식을 전했더니 다들 “Unbelievable”, “소오름~”이라고 각자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내가 운영하는 KoreanLII 웹사이트도 모처럼 대박이었다. 평소에 있는지 없는지 들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여러 부분 후보에 오른 후 ‘Parasite (2019 film)’ 방문자가 늘기 시작했다...

영화 2022.02.20

미션 임파서블 5(Rogue Nation, 2019)

P: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하지요. 그 중에서도 문학의 한 장르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는데 극중에 문학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오늘은 액션 영화의 대사에 명시(名詩)가 들어 있는 이색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G: 최근에 개봉된 무슨 신작 영화를 보셨나요? P: 아니요, 2015년 여름에 개봉되었던 제5편 이예요. 어제 케이블 주말 영화로 다시 보면서 전에 지나쳤던 장면을 많이 발견했어요. 영화 속에 문학과 음악,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아주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체첸 분리주의자의 수송기에 잠입한 주인공이 가스탄을 탈취하는 장면, 비엔나 오페라 극장에서 투란도트 공연이 펼쳐질 때 무대 뒤에서 활극을 벌이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하잖아요?..

영화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