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16

유스(Youth, 2015)

삶의 위기에 처한 노인들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가 우리나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적잖이 화제를 모았다. 우선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다보스에 가까운 알프스 산록의 비젠(Wiesen) 소재 스위스 5성급 호텔이 무대이다. 게다가 마라도나 같은 여러 유명 인사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심플 송”을 불러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호텔 투숙객만큼 다채로운 사람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 같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배불뚝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테니스) 공차기 실력을 보여주는 왕년의 축구스타 마라도나 (호텔 담 밖에는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와 ..

영화 2022.02.21

인페르노 (Inferno, 2016)

G: 안녕하세요. 얼마전 우리가 감상평을 나누었던 '퀸스 갬빗' 드라마가 여전히 화제만발이라면서요? P: 네, 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하니 누구나 거리감을 느낄 법한데 어느 불우한 고아 소녀의 재능 개발과 가족만들기, 세계챔피언이 되는 성공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후로 매우 감동적인 몰입도 높은 드라마/장편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1] G: 그럼 원작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화 중에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P: 네, 마침 코로나 판데믹 시대에 생각 나서 다시 본 영화 'Inferno'(2016)가 그러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댄 브라운의 'Da Vinci Code'를 원작과 영화 모두 보았기에 'Inferno' 역시 기대가 컸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본 적이 없는 그림, 안가본 곳이 많아서 그랬..

영화 2022.02.21

The Lucky One (2012)

사람들은 하는 일이 잘 안풀릴 때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꾸곤 한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른바 로또 명당이라고 하는 판매소 앞의 줄이 길어진다고 하는 말도 있다. 코로나 집콕으로 답답증이 심해지면서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시네마 카타로그에서 2012년 영화 'The Lucky One'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얼굴을 맞댄 두 젊은 남녀의 로맨스 영화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원작자가 감동의 영화 'The Notebook'의 원작소설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Nicholas Sparks)라니 적어도 '꽝'은 아니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럭키하다는 걸까? ※ 아래의 해설에는 영화의 스포일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다른 소설/영화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기승전결..

영화 2022.02.21

기적(Miracles from Heaven, 2015)

오늘날에도 과연 기적은 있는가? 우리도 기적을 체험할 수는 없는가? 오래 된 신문을 뒤적이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사와 사진에 눈길이 갔다. 방 한쪽에 쳐박혀 있던 신문더미 속에 들어있었는데 마치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곱 개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 받은 일곱 살 은서가 엄마 품에 안겨 미소 짓는 모습이었다.[1] 일곱 살 은서는 날 때부터 모유조차 소화시키지를 못했다. 위장·소장·대장 등 소화기가 정상적으로 붙어는 있지만 연동 운동[2]을 하지 않는 '만성 가성 장폐색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았기 때문이다. 밥을 조금만 먹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다 토해내는 바람에 입으로는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할 수 있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은 80% 이상을 영양제와 수액 주사를 맞으며 근..

영화 2022.02.20

기생충(Parasite, 2019)

2020년 2월 10일 우리나라 영화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에겐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무려 4개 -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 나 받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나라가 온통 사회적ㆍ경제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전해진 이 소식은 온 국민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TV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이 소식을 전했더니 다들 “Unbelievable”, “소오름~”이라고 각자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내가 운영하는 KoreanLII 웹사이트도 모처럼 대박이었다. 평소에 있는지 없는지 들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여러 부분 후보에 오른 후 ‘Parasite (2019 film)’ 방문자가 늘기 시작했다...

영화 2022.02.20

미션 임파서블 5(Rogue Nation, 2019)

P: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하지요. 그 중에서도 문학의 한 장르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는데 극중에 문학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오늘은 액션 영화의 대사에 명시(名詩)가 들어 있는 이색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G: 최근에 개봉된 무슨 신작 영화를 보셨나요? P: 아니요, 2015년 여름에 개봉되었던 제5편 이예요. 어제 케이블 주말 영화로 다시 보면서 전에 지나쳤던 장면을 많이 발견했어요. 영화 속에 문학과 음악,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아주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체첸 분리주의자의 수송기에 잠입한 주인공이 가스탄을 탈취하는 장면, 비엔나 오페라 극장에서 투란도트 공연이 펼쳐질 때 무대 뒤에서 활극을 벌이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하잖아요?..

영화 2022.02.20

인생 후르츠(Life is fruity, 2016)

은퇴를 하고 나니 시간 여유가 있어서 너무나 좋다. 더 이상 시간에 쫒겨 허둥지둥 안 해도 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리라. 그런데 나 자신도 지하철을 공짜로 타면서 낮 시간대 전철 객차 안에 가득한 어르신들을 보면 웬지 민망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뭘 잘 했다고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지우나?" 그래서 식구들이 좋은 영화니 함께 보러가자고 하던 를 싫다고 했다. 노인장이 과수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과일을 나눠준다는 거지? 어느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두 분 나이를 합쳐서 177세인 츠바타 슈이치-히데코 노부부가 지방 중소도시에서 텃밭을 일구고 살면서 되새기는 말 "차근차근 천천히" 였다. "Slow and Ste..

영화 2022.02.20

해바라기(Sunflower, 1970)

2017년 6월 어느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청사 앞 시민운동장 한 켠에 한 무리의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전에 못 보던 장면인데 . . ." 오래 전 유럽 여행을 할 때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철로변에 끝없이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있던 광경이 떠올랐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을 맡은 이태리 영화 (Sunflower, 1970)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 아주 애절한 멜로디의 “해바라기” - 헨리 맨시니의 영화음악으로 더 유명한 동명의 영화 (이태리어 I girasoli)는 유명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1970년에 만들었다. 제작 당시 소비에트 유니언(USSR)에서 처음 촬영한 서방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스토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2차대전이 ..

영화 2022.02.20

침묵(Silence, 2016)

다음은 2017년 6월 25일자 (사)남북물류포럼에 실린 필자의 시론이다. KOLOFO 칼럼 제364호. 2017. 6.25. * * * 문재인 정부는 민간인의 대북접촉을 승인하는 식으로 북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이유로 관련 단체들의 방북을 불허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단지와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는 쉬웠지만 이를 재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폐쇄 결정을 할 때 몇 년 후 정권이 바뀌면 이와 상반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시 위정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의 열망과는 달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단지의 문이 닫힌 채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

영화 2022.02.20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

연전에 세계적인 미남미녀 스타 부부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결혼 11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그 무렵 개봉된 영화 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은 영화 속에서도 부부간의 성적 트러블을 어렵게 풀어나가는 부부로 열연했기에 영화 속의 이야기(fiction)가 현실(reality)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는 컴퓨터를 통하여 다양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심지어 섹스까지도 가상현실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다. 감정의 동요, 성병과 임신의 위험이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채팅을 못하게 막는 남편을 살해한 어느 주부처럼 허구와 환상,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사람들마저 ..

영화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