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16

더블 크라임(Double Jeopardy, 1999)

여러 편의 영화를 보노라면 원작을 토대로 한 극의 전개(플롯)에 공을 들였는지, 시각효과(컴퓨터 그래픽 같은 비주얼 이펙트)에 신경을 쓴 것인지, 평범한 줄거리이지만 톱스타, 글래머 여자배우 등의 눈요기 거리에 역점을 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것이 관객들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수작(秀作) 여부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돈을 많이 들인 대작이라고 해서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를 연출하였던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은 의 여성 버전이라 할 정도로 예측가능한 스토리 전개에다, 지성적인 배우라고 소문난 애슐리 쥬드, 토미 리 존스를 출연시키고 간간히 시애틀과 뉴올리안즈의 관광명소를 눈요기로 보여준다. 한 마디로 쉽게 만든 것이 역력한 태작(駄作; ..

영화 2022.02.19

하이 크라임(High Crimes, 2002)

2002년 여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데 의혹이 있다는 '병풍'이 정치쟁점이 된 가운데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에서는 허원근 일병이 고참사병의 우발적인 총격을 받고 사망하였다고 폭로하였다. 군대가 조직적으로 자살을 조작하고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느 부모가 이런 군대에 귀한 자식을 보내려 하겠느냐며 야당 대통령 후보의 입장을 두둔하는 여론이 일기도 하였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지 20년이 다된 터에 진실발견이 지난(至難)할 것임은 분명한데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여기에는 이해를 따지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허 일병 사건과 비슷한 헐리우드 영화가 국내 상영되어 아주 ..

영화 2022.02.19

꿈(Dreams, 1990)

매 학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의 문화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1990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은 구로사와 아키라(黑澤 明) 감독이 자신의 꿈에 관한 8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15분 정도의 길이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옛날 미국에서 레이저 디스크를 구입한 뒤 종종 틀어보았던 영화인데 몇 장면에서는 아키라 감독의 꿈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특히 반 고흐를 다룬 에피소드는 나로 하여금 고흐 특유의 꿈틀거리는 브러시 터치를 이해하게 만든 수작이었습니다. 더욱이 괴기스럽기만 하던 그림을 속속들이 이해하게 된 것은 오직 아키라 감독 덕분이었지요.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동양의 영화감독이 세계 영화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무엇보다도 그가 평생 꿈꾸었던 美의 추구가 ..

영화 2022.02.19

아버지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Father, 1993)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었던 1987년 6월 항쟁은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박종철 군의 사인 은폐조작 사건이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학생과 국민들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요구를 공권력으로 억누르려 했으나 박종철군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6·29 선언으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치안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았다. 무릇 집권세력은 체제유지를 위해 개인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주화가 앞선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993년 영국에서도 무고한 시민을 죄인으로 몰아 억울하게 15년간이나 옥살이를 시킨 경찰 간부들이 재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영국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이 사건의 전말은 피해자 주인공의 회고록(Proved..

영화 2022.02.19

금발이 너무 해(Legally Blonde, 2001)

영화 (Legally Blonde: 감독 로버트 루케틱)는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 영화이다. 무대가 하버드 로스쿨이고 형사법정이 나오지만 굳이 법률영화라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1000명을 뽑는 사법시험에 돌입할 것을 생각하니 우리 젊은이들도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은 열정이 필요하겠다 싶어 주의 깊게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과연 법학교육은 몸매관리(work-out)와 파티에나 관심이 많은 금발 미녀를 정장차림의 여자변호사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줄거리 금발의 여주인공 엘 우즈(리스 위더스푼)는 대학 기숙사 'ΝΔ'(미국 대학의 기숙사는 그리스식 이름을 갖고 있음)에서 자치회장을 하며 멋있는 청년이 프로포즈해줄 것을 기대하는 평범한 졸업반 여대생이다. 그..

영화 2022.02.19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뉴 밀레니엄에 우리나라의 취업전선은 어느 해보다도 심각하다고 한다. 대기업의 퇴출과 부도가 잇따르고,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벤처기업들도 수익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반은 물론 경력사원들도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취업대란(就業大亂)의 시대에 학벌이나 배경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어도 자신의 입지를 굳힌 사람(이런 이를 "American Underdog"이라 부른다)의 이야기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는 그 무대가 미국이고 주된 스토리도 비슷한 환경문제이지만, 직장을 구하고 직장 내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텍스트'라 할 만하다. 영화의 줄거리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 2022.02.19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1997년초 강도치사죄로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이던 무기수(無期囚)가 교도소를 탈옥했을 때 그의 행위가 영화 '쇼생크 탈출'과 너무 흡사하다 하여 많은 화제가 되었다. 탈옥을 다룬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많지만 은 하나의 전범이 되고 있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던 주인공이 교도관을 멋지게 속이고 탈출하여 복수를 감행한다는 스토리는 이나 1973년도 영화 처럼 말만 들어도 익사이팅하다. , , 등의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인간에 대한 억압과 폭력, 그리고 자유와 희망을 그리고 있다. 실화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그만큼 이러한 주제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비록 1995년도 아카데미상 ..

영화 2022.02.19

펠리칸 브리프(Pelican Brief, 1993)

영화 (The Firm, 1993)이 흥행에 성공하자 존 그리샴의 동명의 법률소설 (Pelican Brief)도 영화화되어 크게 히트하였다. 이 제목은 로스쿨 대학원생인 여주인공이 대법관 암살사건의 배후를 암시하는 소송사건을 요약하여 교수에게 제출한 리포트를 가리킨다. 즉 '펠리칸 새를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일련의 소송사건의 개요 및 법적인 이슈, 법원의 판결과 그 이유'를 기술한 것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미국 로스쿨 학생들이 좔좔 암송해야 하는 수많은 케이스 브리프(case brief) 중의 하나인 셈이다. 필자 역시 미국 로스쿨 유학 당시 엄청난 분량의 예습과제(reading assignment) 공부하는 요령을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으며 깨우친 바 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맡은 ..

영화 2022.02.19

필라델피아(Philadelphia, 1993)

얼마 전 AIDS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어 화제가 되었던 영화 (1993년 트라이스타 제작)는 주인공들이 모두 변호사인 것이 이채롭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처음 선포된 역사적인 곳이지만 지금은 도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도시 중앙부가 슬럼화되어 있다. 범죄와 동성애, AIDS로 만연된 도시 분위기는 94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Street of Philadelphia'에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영화가 법정영화이면서도 예술성이 돋보이는 것은 음악을 통한 주제의 전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나단 딤이 제작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는 여러 편의 음악이 삽입되어 있는데, 특히 이태리 작곡자 움베르토 지오르다노가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쉬니어(Andrea Chenie..

영화 2022.02.19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우리나라가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직장인이 이른바 '구조조정'을 당했다. 다니던 회사가, 은행이 다운사이징 위주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잉여인력으로서 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한 케이스도 있고 심지어는 홈리스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나름대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며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진 지도 5년이 되었으니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샐러리맨으로 만족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 사회심리학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느 노처녀의 '개인 구조조정 성공기'라 할 수 있는 영화 (Bridget Jones's Diary)는 우리의 흥미를 자아내..

영화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