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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Rules of Engagement, 2000)

고급 옷 로비 사건, 한빛은행 부당대출 사건, 정현준 게이트, 청와대 구내 총기사고 등 일련의 사건에서 국민들은 眞相은 발표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믿고 있다. 고급 옷 로비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팀이 여러 차례 바뀌고 국회 청문회가 열렸으며, 나중에는 특별검사까지 임명이 되어 수사에 나섰지만 진상이 속 시원히 규명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실체적 진실발견은 어렵다는 이야기고, 권력의 이너서클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할 경우에는 국가의 수사권도 속수무책이라는 말도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의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진실발견 게임을 다룬 영화 는 우리의 흥미를 끈다. 원제는 미군의 '교전수칙(交戰守則)'을 의미하는데, 법정소재를 즐겨 다루는 할리우드에서는 관객들에게 미군 교전수칙 내용..

영화 2022.02.16

매그놀리아(Magnolia, 1999)

얼마 전에 서울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가던 15살 먹은 중학생이 77세 노인으로부터 경로석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듣자 시청역에서 하차한 노인을 뒤쫓아가 노인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고 한다. 마침 2호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라 노인은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뇌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중학생은 "별다른 말썽 없이 학교 생활도 원만한 아이"(담임 교사와 부모의 진술)였다는데 이를 단순한 '지하철 패륜' 사건(중앙일보 2000. 9. 16자 7면)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곡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신예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를 보면 이러한 사건은 결코 우연치 않게 일어나는 것임을 ..

영화 2022.02.16

키스(Living Out Loud, 1998)

리스트러처링(구조조정)의 시대에 발상의 전환은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발명가나 광고문안을 작성하는 카피라이터에게만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직장을 찾거나 배우자를 고르는 사람들도 눈높이를 낮춰보라는 충고를 듣곤 한다. 눈높이를 1 센티미터 낮추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고 그에 따라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들 말한다. 필자가 1999년 3월 해외여행을 할 때 기내에서 관람하였던 신작영화(리차드 라 그라비니즈 감독 연출 및 시나리오, 워너브로스 배급) (Living Out Loud, 틀에 박힌 '인생에서 벗어나 소리치며 살라'는 의미)는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기내의 좁은 스크린에서는 결혼 20년만에 파경을 맞은 한 중년여인이 눈높이를 낮추는 방..

영화 2022.02.16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

1년 가까이 끌어온 S그룹 회장 부인의 고급 옷 로비 사건은 검찰 수사, 국회 청문회,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벌어진 끝에 전직 검찰총장이 구속되는 사태로까지 발전되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던 청와대 법무담당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공식문서에서 일부 사실을 은폐·조작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었다. 옷 로비 사건 자체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소한 문제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면 중요한 국사에서는 그러하지 않다는 보장도 없는 터에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 1994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은 영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청렴강직한 주인공의 활약이 눈부신 보이스카웃 영화 같다. 그러나 톰 클랜시의 동명의 원작 을 토대로 영화를 만든 필립 노이스 감독은 ..

영화 2022.02.16

해피 엔드(1999)

밀레니엄 카운트다운이 한창이던 1999년 12월 신예 정지우 감독의 가 개봉되자 '세기말 가정의 붕괴, 기존 가치관의 해체'를 다룬 영화라 해서 관심을 끌었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톱탤런트 전도연이 올누드로 실감나게 벌인 성애연기도 단연 화제거리였다. 주인공이 바람피운 아내를 죽이는 영화라는 점에서 일본 영화 와 비슷하지만, 실직으로 권위가 실추된 가장이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죽이는 완전범죄의 음모를 꾸미는 점에서 역설적인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영화의 줄거리는 결코 해피엔드로 끝날 수 없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남편 몰래 바람 피운 여자는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하고 두려워했다니 말이다. 영화의 줄거리 생후 6개월 된 딸 하나를 둔 젊은 부부.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의 가..

영화 2022.02.16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6)

수지 金 의혹 사건과 故 최종길(崔鍾吉) 교수의 의문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공(對共)관련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이 깊이 관여되어 있으며, 냉전(冷戰)체제 하에서는 진상이 가려져 있다가 정권보위 차원의 안보는 더 이상 인권제약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고조되면서 클로즈업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수지 金 사건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전 치안청장을 구속하는 사태마저 몰고 왔는데, 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李 전청장의 행동이 국가기관의 고유 권한을 포기한 중대한 국기(國基)문란인 데다 국가의 인권중시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 행위이고 이 전청장에게 반성의 빛이 전혀 없어 처벌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인권의 천국'이라..

영화 2022.02.16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The Thomas Crown Affair, 1999)

OECD 가입으로 명목상의 선진국이 된 우리 나라에도 영국의 '프로퓨모-킬러 스캔들', 프랑스의 '롤랑 뒤마-크리스틴 드비에 종쿠르 스캔들' 못지 않은 스캔들이 떴다. 구 정권의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와 미모의 미국 방산업체 로비스트 린다 김이 벌인 스캔들이 은밀한 사적인 연서(戀書)까지 신문지상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중년 남녀의 사랑은 "월광(月光)에 바래면 로맨스가 되고 햇빛에 바래면 스캔들"이 된다고 했던가. 얄궂게도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인터넷 상에는 'Loveletter for You'라는 신종 e-메일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유포되어 PC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중년 남녀라 해도 그것이 윤리적으로 비난받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지 아니한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

영화 2022.02.15

유 턴(U-Turn, 1997)

1997년에 제작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은 정치사회성이 강한 감독에다 숀 펜, 제니퍼 로페즈, 닉 놀테, 존 보이트 같은 호화 캐스팅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관심을 끌지도 못한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도 1999년 말에야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좋게 평하자면 아리조나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총잡이들의 싸움을 그린 현대판 서부활극'이라 할 수 있을까. 마침 음악을 맡은 작곡자도 시리즈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엔리오 모네코네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키 워드는 숀 펜과 제니퍼 로페즈 두 남녀 주인공이 아닌가 한다. 숀 펜은 그의 연기력보다 인기 팝스타 마돈나의 전 남편이라는 것이 더 유명하고,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 뮤직의 ..

영화 2022.02.15

함정(Arlington Road, 1999)

새 천년(New Millennium) 들어 걱정되는 일은 신뢰를 주었던 사람이 나를 해치려는 사람으로 표변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공천에 떨어진 사람들이 새로 정당을 만들고 옛 동지들과 갈라서는 것은 정치판에서는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같은 말을 쓰는 동포를 믿고 의지하였는데 그가 어느 날 강도로 돌변하여 나를 해치려 든다면 그것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절하기만 하던 이웃이 음모를 꾸며 나를 파멸의 나락으로 몰고 간다면 이를 알고 여기서 벗어나려는 사람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또 지옥에서 온 이웃 사람(tenant) 이야기로는 멜라니 그리피스와 마이클 키튼이 주연한 1990년 스릴러 영화 가 있다. 마크 펠링턴 감독..

영화 2022.02.15

엔트랩먼트(Entrapment, 1999)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Y2K(컴퓨터의 2000년 인식오류) 문제가 별 탈없이 지나갔다. 너무나 싱겁게 끝난 나머지 미국의 컴퓨터관련 대기업들이 사기극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과 차제에 컴퓨터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일반의 정보화 마인드가 확산된 것은 기대 이상의 효과였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어찌되었건 존 아미엘 감독의 영화 (Entrapment; 1999년 리전시 엔터테인먼트 제작)는 바로 Y2K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금융기관의 컴퓨터 가동중단을 틈타 국제자금을 가로채려는 사이버 범죄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리얼리티보다는 제작 및 주연을 맡은 숀 코네리와 4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있는 여주인공(영국 웨일즈 출신인 30세의 캐써린 제타-존스는 역시..

영화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