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사건은 온통 세상을 뒤바꾸어 놓았다. 두 동의 110층 빌딩이 어느 순간 폭싹 잿더미로 화해버린 현실은 이것을 고상하게 '문명의 충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가 정녕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비상식을 서로 치환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황당무계한 마술 이야기로 치부해버렸던 연작소설이 소설과 영화,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영국에 엄청난 무역흑자를 안겨주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었다. 더욱이 팬터지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던 J.R.R. 톨킨(1892∼1973)의 이 원작의 스케일 그대로 영화(감독 피터 잭슨, 제작 뉴라인 시네마)로 꾸며진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기준과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