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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 1998)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적을 물리치기 위한 작전에는 짐짓 후퇴하는 척 하다가 적을 함정으로 유인한 후 포위 공격하는 방안, 적의 중심부에 싸움을 걸면서 주력을 양옆으로 우회시켜 삼면에서 협공하는 방안도 있지만 적의 주력부대를 공격하면서 정면돌파(breakthrough)를 시도하는 방안도 많이 사용된다. 영화 (The Negotiator; 감독 F. 게리 그레이, 1998년 워너 브라더즈 제작)는 인질(hostage)이 무사히 풀려나도록 범인과 협상(negotiation)을 벌이는 특수경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질범을 진압해야 하는 경찰관이 자신을 범인으로 모는 동료 경찰들을 인질로 잡아 우여곡절 끝에 누명을 벗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영화 2022.02.15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

1999년 10월 중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김우중(金宇中) 전경련 회장의 후임회장을 선출 문제를 논의하는 회장단 회의를 열기 전에 회의실과 비서실 내부에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경향신문 1999. 10.15자 기사). 이미 1999년도 국정감사가 온통 도청·감청 문제로 시종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서도 '몰래 카메라' 문제에 이어 도·감청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998년에 개봉된 헐리웃 영화 는 첩보영화라기보다 일종의 사회고발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도 최근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를 개최한 NGO(시민단체)의 활동을 부각시키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70년대부터 월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

영화 2022.02.15

와일드 씽(Wild Things, 1998)

별 생각없이 일상적으로 행동한 것이 악의적인 상대방의 함정에 빠져 누명을 쓰게 되었다면, 왕따를 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 받을 위기에 처하였다면 그 심정이 오죽할까. 오래 전에 어느 작가는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간 사람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이 상황을 그 시점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주 냉철하게 행동할 터인데 ……. 최근에도 그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를 연거푸 거쳤음에도 모든 국민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고급 옷 로비 사건'이 그것이다. 특별검사제가 도입되면 또 한 차례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 사건은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 C 회장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재벌회장 부인이 검찰총장 부인의 ..

영화 2022.02.15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 1978)

1998년 월드컵 한국-네덜란드 전 킥오프 전에 심야 주말영화로 TV에서 방영된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년 콜럼비아 영화사 제작)는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에는 주제가 자못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록 스타 , , 최신작 를 연출한 알란 파커에다 , , 등의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및 제작자인 올리버 스톤, , 등의 영화 주제가를 작곡한 조르지오 모로더, 촉망받는 신인배우 브래드 데이비스(1991년 41세때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 등의 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1978년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서 지명을 받아 각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컨대 이 영화는 실제로 70년대초에 미국과 터키간의 외교문제가 되었던 해외 여행중인 미국 젊은이에 ..

영화 2022.02.15

어 퓨 굿맨(A Few Good Men, 1992)

1992년 컬럼비아 영화사가 제작한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진실의 발견과 애국심, 조직의 단합 등 추상적 개념이 난무하는 이 영화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 를 연출한 로브 라이너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영화는 헐리우드가 제작한 다른 법정영화와 마찬가지로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가 등장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권력과 재물을 탐하는 악당을 쳐부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식 사법정의(司法正義)가 정답으로 제시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그러할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쳐든다.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가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잭 니콜슨을 거꾸러뜨리는 것은 또 한 편의 '배트맨'을 보..

영화 2022.02.15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 1996)

IMF 체제하에서 온 나라가 구조조정으로 떠들썩하다. 환란(換亂)에 빠진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받은 덕분에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부실 자산이 많은 금융기관들이 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퇴출 당하고 있다.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고 이미 5개의 은행이 P&A(자산·부채이전)란 이름으로 우량은행에 흡수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은행원이 직장을 잃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누구든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죄목의 선고를 받으면 변명 한 마디 못하고 물러나야 한다. 최근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며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장은증권 파동의 전말을 알아보자. 장은증권 직원들이 명퇴금 160억원을 챙기고 회사 문을 닫았다는 98년 7월 6일자 ..

영화 2022.02.15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1995)

에서 주연을 맡았던 팀 로빈스가 1995년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폴리그램 제작)이 미국 텍사스주의 사형수 칼라 페이 터커의 사형집행을 계기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성 사형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각계 각층의 구명 운동에도 불구하고 1998년 2월 3일 하오 6시 45분(현지시간)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에서 약물주사(lethal injection)를 맞고 38년의 생을 마감했다. 원래 "Dead Man Walking!(사형수 입장)"이란 미국에서 사형수를 형 집행장으로 호송할 때 간수장이 붙이는 구령이다. 동명의 영화가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죄수가 결국 사형 당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터커는 미국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란을..

영화 2022.02.15

의뢰인(The Client, 1994)

1994년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The Client; 워너 브라더스 제작)은 원작자인 존 그리샴의 다른 법정영화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 조직적인 범죄를 일삼는 악당(흔히 마피아)과 이들의 마수에 걸려든 주인공, 그를 보호하려는 정의(正義)의 사도, 제 아무리 폼을 잡아도 무능하기 짝이 없는 연방수사국(FBI)의 쫓고 쫓기는 게임 그리고 주인공이 지상낙원으로 떠나는 해피 엔딩에 있어서 본 란에서 일찍이 소개한 바 있는 , 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안겨준다. 변호사란 그냥 두자니 아프고 그렇다고 짜내자니 귀찮은 존재라는 점에서 '엉덩이의 종기'와 같다는 영화 속의 대사에 공감하면서도 꼬마 주인공처럼 법을 잘 몰라도 양심적인 변호사만 만..

영화 2022.02.15

함정(Just Cause, 1995)

최근 TV에서 워너 브라더스의 1995년작 이 방영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비디오 테이프가 출시된 만큼 영화 개봉후 비디오부터 나오고, 케이블에서 방영된 다음 공중파 방송을 타는 순서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숀 코네리, 에드 해리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극적인 반전과 액션 장면은 과 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종영된 TV 인기 드라마가 장르는 다르지만 일본의 만화를 표절한 것이라는 시비가 일었는데, 이 영화는 하도 여러 편의 영화 스토리를 차용하였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독창성마저도 느껴진다. 제작자와 감독(안 글림처 감독은 공동제작자 3인중의 한 사람이다), 시나리오 작가 등이 모여 마치 신상품을 개발하듯이 기존 영화..

영화 2022.02.15

브레이크다운(Breakdown, 1997)

1997년말 전남 함평에서 일어난 한 여고생의 보복임신 사건이 신문과 TV 방송에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피해자가 되레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마을 주민 4명이 여고생을 성폭행하였는데 동네 사람들은 딸 같은 소녀를 강간한 정 아무개(63), 박 아무개(48)씨를 나무라기보다 "얼마나 몸가짐이 헤펐길래 ·····" 하며 피해자를 비난했다. 오기가 발동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성폭행의 증거를 보존(?)해야 한다며 임신한 딸로 하여금 아기를 낳도록 했다. 결국 아기의 아버지로 밝혀진 정 아무개 노인과 피해자 소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마을 주민들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강간 및 감금죄로 구속되어 각각 징역 7년을 구형 받았다(중앙일보 1997.12.17자 22면). 영화 ..

영화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