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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9·11 테러 사건은 온통 세상을 뒤바꾸어 놓았다. 두 동의 110층 빌딩이 어느 순간 폭싹 잿더미로 화해버린 현실은 이것을 고상하게 '문명의 충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가 정녕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비상식을 서로 치환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황당무계한 마술 이야기로 치부해버렸던 연작소설이 소설과 영화,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영국에 엄청난 무역흑자를 안겨주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었다. 더욱이 팬터지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던 J.R.R. 톨킨(1892∼1973)의 이 원작의 스케일 그대로 영화(감독 피터 잭슨, 제작 뉴라인 시네마)로 꾸며진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기준과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

영화 2022.02.17

늑대의 후예들(Brotherhood of the Wolf, 2001)

2001년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는 , , 등의 국산영화가 할리우드 대작을 물리치고 흥행에 성공하였다. 스크린 쿼터를 폐지하면 우리 영화산업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몇 년 전의 우려 섞인 상황하고는 전혀 딴판이다. 프랑스에서도 2001년에 개봉 첫 주에 2백만명이 줄을 지어 표를 사고 총 7백만명의 관객이 관람하였던 영화 (Le Pacte des Loups; 감독 크리스토프 강스)이 화제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의 현상과 여러 모로 비교할 만하다. 액션이 스크린을 압도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프랑스 영화는 시대와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사상가들의 이야기인 반면 우리나라 영화들은 한결같이 사회에 기생하는 주먹들의 이야기인 점이 대조적이다. 영화의 줄거리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1764년부터 3년 동안 민심을 흉흉하..

영화 2022.02.17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1)

주말에 방송되는 TV 프로 중에 라는 시사 다큐물이 있다. 말 그대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건을, 그 중에는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는 금시초문인 사건도 많지만, 방송 제작진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치밀하게 조사를 하여 당국의 미진한 대처를 질책하는 탐사보도 프로(investigative report)이다. 사상계 발행인 고 장준하 씨의 실족사 사건, 이태원 햄버거 식당에서의 칼부림 사건, 광신적인 부모 밑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김신애 어린이 사건 등은 사회적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에 방영된 "어느 토요일 밤의 죽음-남겨진 살인의 의혹"(2000년 어느 여름밤 지방국도에서 벌어진 뺑소니차 사건)에서는 현장에 남겨진 증거만 분석해 보아도 타살의 증거가 역력함에도 제대로 수사를 벌이지 않고 신고자를 ..

영화 2022.02.17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 2001)

우리 국민은 박찬호, 박세리 덕분에 모두 열렬한 프로 스포츠팬이 되었다. 우리가 IMF 위기에 처하여 낙담하고 있을 때 박세리가 워터 해저드에 빠진 공을 걷어올리면서 LPGA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우리 모두 조만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늘날 시즌별로 열리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골프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스타 선수는 많은 팬(이른바 '오빠 부대')들을 몰고 다닌다. 프로 선수들은 우승을 거듭할수록 인기와 부를 거머쥘 수 있다고 믿기에 오늘도 많은 예비 선수들이 땀흘리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으로 출장을 가는 비행기 속에서 본 (A Knight's Tale, 감독 브라이언 헬겔런드)은 중세를 무대로 한 영화라기보다 오늘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

영화 2022.02.17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 1997)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무 스타일이 여러가지로 화제가 되고 있다. IMF 체제 극복을 위해 '과연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찬탄이 국민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으나, 일흔다섯의 고령에 너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대통령이 참모를 시키지 않고 연설문까지 손수 작성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미국의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테러범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비콘 영화사(브에나비스타 배급)의 1997년작 은 대통령직(the Presidency)이 국민의 것이냐, 아니면 개인적인 것이냐 하는 소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영화는 를 만든 독일의 영화감독 볼프강 페터슨이 아르미얀 번쉬타인, 존 셰스타크(공동제작자)와 손을 잡고 매우 사실..

영화 2022.02.16

15분(Fifteen Minutes, 2001)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경(현지시간) 아랍계 테러리스트가 장악한 2대의 민간 여객기가 20분의 시차를 두고 뉴욕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그리고 1시간여 후 화염에 휩싸여 있던 110층짜리 뉴욕의 상징건물은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자욱한 먼지와 연기,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고 지상에서 사라졌다. 전세계의 TV 시청자들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이 장면을 CNN 뉴스를 통해 보면서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와는 달리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빌딩이 불타고 잔해가 쏟아져 내리는 현장 주변에서 시청자들의 눈이 되기 위해 카메라맨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전율과 당혹감 속에서도 몇 시간이고 TV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처럼 TV..

영화 2022.02.16

크림슨 리버(Crimson Rivers, 2000)

1991년 해발 3000m의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접경의 알프스에서는 5,3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사냥꾼("아이스맨")이 거의 완전한 미이라 형태로 발견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스맨은 염소가죽 옷에 풀로 만든 망토를 입고 있었으며, 구리도끼와 화살통을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돌화살에 맞아 죽은 상태에서 꽁꽁 얼어 있었다. 프랑스 알프스의 얼음산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의 백인 시체가 발견되었다. 예리한 흉기로 찔린 상처가 많이 있고 손목이 잘려 있었으며 눈알도 빠진 상태였다. 사체의 신원은 인근 게르농 대학장이 바로 이틀 전에 실종선고를 한 32세의 교수로 밝혀졌다. 알프스의 아이스맨은 분석을 위한 과학기술이 좀더 발전할 때까지 티롤 박물관의 아이스박스에 20∼30년 더 보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프랑..

영화 2022.02.16

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 2000)

동·서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강대국의 첩보전은 국지분쟁, 마약, 산업 스파이 사건으로 옮겨가는 듯 하다. 이에 따라 헐리웃의 액션 영화도 SF 가상무대 아니면 체첸 반군(, ), 마약 문제(, ), 산업 스파이(, ) 이야기를 즐겨 다루고 있다. 종전에 맹활약하던 첩보요원, 수사관, 특수부대 장병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한다. , 을 연출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이 잡지기사(Vanity Fair, "Adventures in the Ransom Trade")를 읽고 영화로 만든 는 탈냉전 시대에 몸값을 노린 조직적인 납치(kidnap and ransom: K&R)가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위기 이후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등 돈이 있어 보이는 남녀를 노린 납치극이 심심..

영화 2022.02.16

트래픽(Traffic, 2000)

요즘 미국 사회에서는 마약(drugs: 마리화나, 코카인, 헤로인, 크랙 등)이 널리 보급되어 평범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가정에서도 다반사처럼 되었다. 이 점은 미국 사회의 문제되는 단면을 묘사한 영화가 좋은 평판을 받아온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잘 알 수 있다. 2000년에는 이웃집 소년의 마약거래 이야기가 삽입된 "아메리칸 뷰티"가 상을 휩쓸더니, 금년에는 본격적인 마약거래의 실상을 다룬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이 4개 부문(감독상, 조연남우상, 각본상, 편집상)에서 상을 받았다. 본래 이 영화는 1989년 영국의 [Film 4]에서 제작한 5부작 미니 시리즈 이 기초가 되었다. 오리지널 TV 영화는 파키스탄의 가난한 농부들이 키운 아편이 유럽을 거쳐 영국의 거리로 흘러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2명..

영화 2022.02.16

올빼미의 성(梟の城, 1999)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엮어 만든 소설이나 영화는 일단 성공의 보증수표라고 한다. 근대의 문턱에 선 주인공들의 독특한 개성과 사건의 전개가 오늘날에도 매우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2000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감독 시노다 마사히로)은 도쿠가와가 도요토미를 제거하기 위해 은밀히 자객을 찾고 있을 때 10년 전 오다에 의해 동족이 몰살 당한 원수를 갚고자 그 부름에 응한 닌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바 료타로(1923∼1996)가 1958년 신문에 연재하였던 은 당시 '낙양(洛陽)의 종이값(紙價)'를 올린 소설이었다. 일본 영화 개방 폭이 커지면서 국내에 소개될 수 있었던 같은 이름의 이 영화는 일본에서는 흥행에 크게 성공을 거..

영화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