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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

1997년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영화 는 북아프리카의 사막과 이태리의 전쟁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연극적인 세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스리랑카 출신의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고 연출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은 많은 사연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이 한적한 이태리 시골의 수도원에서 서로 애증(愛憎)의 갈등을 풀어내도록 한다. 전신화상을 입고 기억마저 상실한 '영국인 환자'(랄프 파인즈)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며 징크스에 우는 간호장교(줄리엣 비노쉬), 둘 사이에 끼어들어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사내(윌렘 데포)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이 영화는 영국인 환자가 문득문득 떠올리는 과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간호장교의 현재진행형 사랑과 겹치면서 ..

영화 2022.02.15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

1999년은 2000년의 전년도라는 것 말고도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신년 벽두에 언론들은 새로운 밀레니움에 대해 벅찬 희망과 기대를 피력하였지만 세기가 바뀌는 현 시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세계사적으로 세기말이면 유행처럼 번졌던 퇴폐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IMF 체제하에서 향락산업이 크게 위축되었으나, 세계적으로 성개방 풍조가 일반화되면서 매체와 표현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란퇴폐물이 판치고 있다. 법은 이러한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형법 조항을 무기로 공연음란물에 철퇴를 가해 왔으나, 지금은 음란성 자체가 시비 거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되어 중장년층 관객들을 놀라게 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 2022.02.14

롱풀리 어큐즈드(Wrongfully Accused, 1998)

어디서 본 듯, 들은 듯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광고와 음악, 소설, 영화가 넘쳐나고 있다. 대우자동차 마티스가 고질라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 허리케인 블루의 모창, 디지틀 조선일보를 패러디한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등등. 이를 일컬어 "패러디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영화와 음악, 광고, 코미디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본래 'Parody'란 그리스語 'parodeia'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 "다른 사람의 곡조에 따라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풍자(諷刺) 효과를 내기 위하여 원작품의 특징적 스타일을 모방하는 문학적·예술적 작품'을 말한다. 최근 개봉된 헐리웃 영화 는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IMF 구조조정 ..

영화 2022.02.14

우나기(うなぎ, 1997)

1998년 10월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이 허용된 이래 세 번째로 개봉된 일본 영화 '우나기'(うなぎ; 뱀장어)는 1997년 제50회 칸느 영화제의 황금종려상(Palmes D'Or)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외영화제 수상작에 한하여 일본 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우나기는 어떠한 점에서 프랑스의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노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83년에도 로 칸느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밖의 해외영화제 수상작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1951 베니스),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1954 칸느), (아마이 타다시, 1963 베를린), (기타노 다케시, 1997 베니스) 등이 있다. 영화의 줄거리 야마시타 타쿠로(야쿠쇼 코우..

영화 2022.02.14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1997)

헐리웃 영화가 즐겨 다뤄온 변호사 주인공은 항상 정의(正義)의 사도인가. 그가 하는 일은 무고한 사람을 도와 억울한 누명을 벗고 권익을 되찾게 해주는 일인가. 만일 그들이 돈만 밝히면서 분명히 죄지은 사람도 처벌을 면케 하고 백주에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얼마 전 미국의 축구스타 O.J. 심슨이 전처를 살해한 것이 거의 명백함에도 최고의 변호인단에 사건을 맡겨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자 사람들은 모두 "유전무죄(有錢無罪)"라고 수군거렸다. 이 경우 변호사에게 죄책은 없는가. 1997년 워너브라더스사에서 만든 영화

영화 2022.02.14

비상계엄(The Siege, 1998)

건국 이래 수 차례의 계엄령과 군사 쿠데타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0여년의 역사 속에 남북전쟁과 1,2차 세계대전 정도의 비상사태를 겪었을 뿐인 미국인들로서는 계엄령(martial law, martial rule 또는 etat de siege; 이 영화의 원제인 'The Siege'는 적의 포위공격 상태를 가리킨다)이 선포된 상황을 가상해보는 것도 훌륭한 영화의 소재가 됨직 하다. 영화의 줄거리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있는 미군 병영에 폭탄 차량이 돌진하여 건물이 대파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테러 단체에 대한 응징을 천명하는 동안 미군 특수부대는 레바논 남부의 사막지대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던 이라크 출신 회교지도자 암드빈 탈랄을 납치한다. 미..

영화 2022.02.14

쉬리(1999)

1999년 한국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영화 . 한국 영화는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통념을 깬 공전의 히트작이다. 개봉 두 달만에 서울지역의 관객수가 영화 '타이타닉'을 제치고 2백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쓴 강제규 감독이 단연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지만, 사업축소 위기에 몰린 삼성영상사업단이 사상 최대의 히트작을 만들고, 벤처캐피틀 회사(현 산업캐피탈)가 투자금의 몇 배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 영화 개봉 직후 사설에서 "꽉 막힌 한국 영화계의 새 출로를 여는 가능성을 보면서 [쉬리에 관객이 몰리는] 사건이 침체된 영상산업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할리우드 영화 일변도의 관객 취향, 미국 영화의 직배체제와 스크..

영화 2022.02.14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

정보화 시대에 개인의 사생활(privacy)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얽혀 있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은밀하게 보호되어야 할 프라이버시가 무방비 상태로 공개되는 것은 문제이다. 극소형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적은 비용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내용물을 상업적으로 유통시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가정부가 돌보는 유아, 유치원에 가서 뛰어 노는 어린이들을 인터넷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의 호기심은 좀더 야하고 센세이널한 쪽으로 쏠리고 있다. 고성능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여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다. 촬영감독 출신인 호주의 영화감독 피터 위어는 (The Truman Sho..

영화 2022.02.14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 1997)

어느 날 갑자기 몰아닥친 IMF 한파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여기에는 무슨 국제적인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품게 마련이다. 어느 신문(1998.2.13자 한국일보)은 국제음모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태국에서 시작된 동남아 위기는 미국과 초국적 유태계 자본이 아시아 경제를 길들이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됐으며 한국 다음의 타깃은 중국이다. 이 사실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다음날부터 동남아 통화위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 수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지에서 미국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한 직후 외신은 동남아의 외환위기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IMF가 수습하는 형태로 사태가 진행됐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음모로..

영화 2022.02.14

폭로 (Disclosure, 1994)

, 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 시대의 키워드를 소설과 영화로 멋지게 조형화하는 마술사이다. 1994년 베리 레빈슨이 원작자와 공동으로 제작(볼티모어 픽쳐스)한 영화 '폭로'에는 M&A, 하이테크 산업, 스톡 옵션, 성희롱, 인터넷 전자우편(e-Mail) 등 시대의 첨단용어가 등장한다. 일본 기업의 미국 기업 매수가 한창일 때 발표된 'Rising Sun'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기업 내부의 현안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원제 'Disclosure'는 주인공이 직장내 스캔들을 폭로했다는 의미보다는 M&A를 앞두고 인수자 측에 중요한 기업정보를 제대로 알렸느냐 하는 '정보공시'로서의 의미가 크다. 이 영화는 시애틀 소재 멀티미디어 회사에 대한 기업합병을 둘러싸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영화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