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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Chicago, 2002)

2003년 말부터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정치인·기업인들이 검찰에 소환되고 일부는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변호사는 역대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한 변호사들이었다. 한때 정치자금 수사를 담당하였던 그들이기에 법의 예봉을 피할 수 있는 비결도 잘 안다는 것일까? 국가기강을 바로 잡던 전직에 걸맞게 사건 의뢰인들에게 검찰신문에 걸려들지 않고 사실을 호도하는 요령을 전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유리하도록 소송사건을 센세이셔널하게 수행하면서 허위증거를 법정에 제시하고 사실관계를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체적 진실은 은폐되고 죄를 지은 사람이 되레 큰소리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사법정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

영화 2022.02.18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 2000)

금전 기타 보수를 받기로 하고 특정인을 살해하는 것을 청부살인(hired to kill)이라 한다. 지난 2월초 서울고등법원은 법관인 사위와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여대생 하 모 양을 살해할 것을 지시하고 범인들에게 해외도피 자금을 제공한 58세의 윤 모 여인에게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윤 씨의 지시를 받고 하 양을 납치한 후 공기총으로 살해한 윤 씨의 조카와 그의 친구에 대해서는 모두 원심보다 형량이 높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평생 남편의 바람기에 시달린 초로의 부인이 자기 딸도 똑같은 고생을 할까봐 주변정리를 한다는 것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돈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신..

영화 2022.02.18

살인의 추억(2003)

우리나라의 영화 (감독 봉준호)은 여러 모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반경 3km 지역에서 9차례나 발생했고, 수사에 동원된 경찰은 일반경찰과 여경, 기동경찰을 모두 포함해 연인원 2백만명이 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의 수사를 받은 용의자는 모두 2만1천명에 달했고, 지문대조 수사 4만여명, DNA 감정 570명, 모발감정 180명, 부수범죄자 검거도 1천5백명에 이르렀다(연합뉴스 2003.09.14). 그러나 2003년 대종상을 석권한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것은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2003년 상반기 관객 510만명을 동원한 최대 히트작으로서 제작사는 350억원 이상 벌었고, 국내경제 각 분야에서 688억원 어치의 생산이 이뤄졌다고 한다. 새롭게 ..

영화 2022.02.18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우리는 정치·경제 현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영어 시간에 공부한 "But for~"(~이 없다면)를 곧잘 떠올린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정치인들이 사라진다면 ······. 젊은 여성들을 성 노리개로 팔아먹는 인신매매단이 없으면 ······. 이러한 상황을 그린 SF영화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커트 위머 감독은 그가 각본까지 쓴 공상과학 영화 에서 사랑과 미움, 분노, 폭력 나아가 전쟁을 몰고 오는 감정(emotion)을 없애자고 외친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사람의 본성이 그러할진대 인위적으로 억제한다고 실현될 리 만무하다. 아무리 만능의 법률이라 해도 그와 같이 타고난 본성을 억압하는 기능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일깨우고 권장함으로써 좀더 살기 ..

영화 2022.02.18

폰부스(Phone Booth, 2003)

우리나라의 휴대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10대의 경우 10명중에 8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선 공중전화도 널리 쓰이고 있다. 워싱턴 일원에 저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기한 개봉이 연기되었던 (Phone Booth, 감독 조엘 슈마허)는 그 사정의 일단을 보여준다. 유선 공중전화는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주로 이용하지만 휴대폰을 여러 개 가진 사람도 자주 이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태리에서 배우자에게 외도가 들통나 이혼 당한 사람의 87%가 휴대폰의 통화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 통화기록 때문에 이혼 당한 사람이 통신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사례가 있었다. 회사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는 C모씨는 2003년 11월 "통신회사 직원이..

영화 2022.02.18

에너미 앳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

1년 전의 9·11 테러 악몽이 미국민들을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2002년 10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 시 일원에서는 길 가던 시민들이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기에 주민들은 알카에다 테러와는 무관하다는 데 일단 안도하면서도 외출과 조깅 등 옥외행사를 자제하고 얼굴 없는 범인이 하루 속히 검거되기를 고대했다. 10월 25일 흑인 용의자 두 명이 체포되면서 10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연쇄저격 사건은 막을 내렸다. 범인들이 타고 다니던 차 안에서는 저격살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223구경 소총(부시매스터 XM-15)과 정밀조준에 쓰이는 망원경, 삼각대가 발견되었고, 뒷좌석과 연결된 트렁크 뒷쪽에는 총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미뤄왔던 영화 ..

영화 2022.02.18

엠퍼러스 클럽(Emperor's Club, 2002)

최근 서울 Y대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학점 스와핑" 사건이다. 이 학교 상경대 3학년생은 재수강한 교양과목의 성적이 B로 나오자 교수를 찾아가 같이 수강한 친구가 동의했으니 친구의 A학점과 자신의 B학점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의 우정(?)에 감탄한 교수는 그 말을 곧이듣고 그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그의 친구가 며칠 사이에 학점이 강등된 사실을 발견하고 교수를 찾아가 "성적을 원상회복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교수는 두 학생의 성적을 원 상태로 정정했으나 이 사실이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알려지면서 크게 물의를 빚었다. 학교 당국은 문제의 학생은 무기정학, 담당강사에 대하여는 출강금지 조치를 내렸다. 한국일보 2003.7.9, 7.29자. 이 사건..

영화 2022.02.18

리크루트(The Recruit, 2003)

요즘 영화화되는 스파이 영화는 나치나 소련, 국제테러단체 등 적성국(단체)과의 대결구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베일에 싸여 있던 미 중앙정보국(CIA)의 신입요원 채용 과정을 그린 영화 를 보면 첩보기관 내부의 배신자가 누구인가 찾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에서도 국군의 주적(主敵)이 누구냐고 문제삼은 적이 있지만, 알 파치노, 콜린 파렐 주연의 이 영화를 보노라면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보이는 것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일랑 믿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기사가 이에 해당한다.(출처: 중앙일보 2003. 6. 28자 8면) 지난 5월 30일 정오 서울 강남..

영화 2022.02.18

<반지의 제왕>에 숨은 코드

※ 아래 글은 2001년 말 영화를 본 후 상법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IMF 위기 이후 회사의 기업지배구조 변화"를 설명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이것을 포함하여 여러 영화의 법률적 의미를 분석ㆍ해설한 논문은 박훤일, "스크린 위의 법적 현실", 「경희법학」 38권 1호, 2003.10.15, pp.267~304 참조. 팬터지 소설 이 영화화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영국의 언어학자 J.R.R. 톨킨(1892∼1973)이 쓴 원작의 스케일 그대로 영화(감독은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로 만든 것이 흥행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2년 아카데미상에서도 무려 13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 이 영화를 보면 팬터지 소설이나 컴퓨터 게임에 익숙치 못한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

Talks 2022.02.18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은 상당히 유쾌한 영화이다. 사실관계는 어느 집념어린 FBI 수사관이 스무 살도 안 된 천재적인 수표위조·사기꾼을 쫒는 내용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것을 아주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FBI 수사관과 범인이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는 자막까지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영화의 줄거리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1948∼ ). 그는 16살 적부터 별 악의 없이 가짜 불어교사 행세를 했는데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팬암 항공의 조종사, 의사, 변호사 노릇을 하고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될 때까지 5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총 250만 달러에 달하는 위조수표를 만들어 뿌렸..

영화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