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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ce Where Course of Life Shifted

필생의 각오라 할까 인생의 행로를 바꿀 만큼 새롭게 결심을 한 장소가 어디 있었던가? 동해의 일출을 지켜보던 어느 해변가? 제주도 산방굴사 앞?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의 빙하호? 미국 그랜드 캐년의 전망대? 영어로 번역하면 이런 말이 될 것이다. "Would you tell me the place where your course of life has shifted?" 8월 말 동해 바다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똑 같이 푸르지만 수평선 아래는 짙푸르고 가끔 흰 포말을 이고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와 투명해 보이는 하늘과 차이가 날 뿐이었다. * 동해안 강릉 연곡 해변 여름의 끝자락, 해수욕장도 문을 닫았고 백사장에는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긴 채 갈매기만 몇 마리 앉아 있을..

Talks 2022.08.31

슈베르트, 바위 위의 목동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양치기라는 직업을 심지어 선망하기조차 했다. 오죽하면 그 무대가 된 뤼베롱 산지가 있는 프로방스 지방을 찾아가보기를 열망했을까! 사실 크리스천이라면 시편 23편을 늘 암송하는 터였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The LORD is my shepherd, I shall not be in want. He makes me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quiet waters. 아무튼 목동(shepherd)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에는 곳곳에 서 있는 면양 관련 동상을 보고 깊은 인상..

공연 2022.08.19

헤어질 결심 (2022)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베이비 박스라는 한국적 소재를 가지고 한국 배우들이 주된 역할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는 같은 영화제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 감독은 에큐메니칼(세계기독교)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 소식은 흥행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없는 가운데 개봉되었음에도 박스오피스 예약 상황을 보건대 제작비 135억여 원을 건질 수 있을까 우려되었다. 다행히 개봉 3주차인 7월 17일까지 손익분기점인 12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하여 박찬욱 감독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이 영화의 대사와 장면을 이해하려면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여 N차 감상을 하는 매니아급 관객도 늘고 있다..

영화 2022.07.11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가 큰 화제를 모았다.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2022년 글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1] 일본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우수작품상, 우수 감독상, 우수 각본상, 우수 남우주연상, 우수 촬영상, 우수 조명상, 우수 녹음상, 우수 편집상, 신인배우상 등 거의 모든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단편소설인 원작을 가지고 3시간짜리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 감독은 '일본의 봉준호 감독'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부산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한국 배우가 3명이나 중요한 배역을 맡았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되었을 ..

영화 2022.06.27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 전시회

※ 광주시립미술관은 2022. 4. 19부터 6. 23까지 광주미술 아카이브전(Archive展)의 일환으로 운창 임직순(雲昌 任直淳, 1921~1996) 화백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빛고을의 미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던 임직순 화백의 회화작품은 물론 드로잉, 사진, 비디오, 전시회 방명록과 리플렛, 신문기사, 편지까지 소장가와 유족의 협조를 얻어 작가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하 젊은 세대의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이번 전시회의 의미와 미술사적 가치 등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Foreign lovers of Korean fine arts are cordially invited to visit the article of the same cont..

전시 2022.06.19

빈 심포니를 지휘한 장한나

지금까지 장한나 하면 11살에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첼리스트로 알고 있었다. 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말은 들은 적도 있다.[1] 그러나 그가 세계적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놀라웠다. 5월 30일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행사의 티켓을 얻어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 갔다.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빈 심포니가 인천과 부산, 서울에서 3차례의 내한 공연을 갖는데 그 사이에 하나금융그룹이 소폰서가 되어 특별 이벤트로 마련한 공연이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의 랜드마크인 고층건물에 호텔이나 백화점 말고 이런 고급 문화공간이 있다는 게 가슴 뿌듯했다. 전면에 세계 최고수준의 파이프오르간이 시야를 압도하는 것 ..

공연 2022.05.31

Finding You (2021)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누구나 비슷한 꿈을 꾸곤 했다. "마스크 안 쓰고 다른 나라를 맘껏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면~"나는 아주 오래전에 제임스 골웨이[1]가 플루트를 연주할 때 아일랜드의 풍광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핸드 헬드 카메라로 또는 비행기에서 촬영한 양떼가 노니는 푸른 풀밭,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그리고 정감 넘치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비쳐줬다. 바로 아일랜드의 시골 풍경이었다. 어느날 Netflix에서 그와 비슷한 경치를 보고 바로 채널을 고정시켰다. 바로 Finding You 라는 2021년 로맨스 영화였다.원작은 제니 존스의 There You'll Find Me 라고 했다. "거기서 나를 찾게 될 거야"는 말처럼 어떤 반전도 없이 스토리 전개가 충분히 예측가능한 영화..

영화 2022.05.23

한강 바람 소리를 듣다

5월의 한 복판 - 봄꽃이 지고 모란과 장미 같은 초여름의 꽃이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미국 주재원 시절부터 이웃으로 지냈던 지인의 한강변 양평 집에 다녀왔다. 나는 88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뉴욕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맨해튼의 허드슨강 건너편 듀몬트 숲속에 싸인 별장 같은 집에서 3년간 살았었다. 정원 잔디밭 저쪽으로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 몇 점뿐인 쾌청한 5월의 주말 먼 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강물 위로는 흰 새가 날아다녔다. 먼산 뻐꾸기 소리 고요한 강물에 반사되어 졸다가 깬 차임벨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네 Cuckoo's song from distant mountains Is reflected on the still river. Upon hitting a win..

Talks 2022.05.15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얼마 전 초대 문화부장관 이어령 교수가 우리 곁을 떠나시더니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타는 목마름으로" (With Burning Thirst)의 민주화 운동의 투사 김지하 시인이 별세하였다. 바로 사월초파일을 하루 앞둔 5월 8일 81세를 일기로 영면하신 것이다. 시인과 같은 투사 덕분에 우리 사회는 훨씬 민주화가 되었고, 386세대가 주축이 되어 촛불혁명이 일어난 데 이어 진보정권이 집권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임 대통령은 평등(平等)을 앞세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으나 퇴임 후 어찌 될까봐서 그런지 검찰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공포하고 물러났다. 5월 10일 새로 취임한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自由)의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위한 도약과 빠른 성장, 그리고..

Talks 2022.05.10